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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Showbiz]'다양성' 잡은 쇼노트, 카카오와 시너지 본격화이성훈 쇼노트 대표이사, 매출 1000억 달성 기대

이지혜 기자공개 2024-03-29 08:18:0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성훈 쇼노트 대표이사는 어느 날 광소프트사업팀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이었다. 광소프트사업부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외에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사업까지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범시킨 조직이다. 콘텐츠, 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조차 자리잡지 않았던 시기였다.

광소프트사업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 대표는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의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사에서 소규모로 영위하던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통합해 발족한 기업이다. 엔터사업에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고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이 대표와 뮤지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연처럼 작은 시작이었지만 뮤지컬은 곧 운명이 됐다. 공연예술 벤처기업, CJ그룹 뮤지컬사업 등을 이끌었던 이 대표는 어느새 한국 뮤지컬 시장의 굵직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는 그런 이 대표의 뮤지컬 인생에 있어서 3막에 해당한다.

◇‘경영을 아는’ 프로듀서, 한국과 중국 뮤지컬 시장 초석 놨다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음식점 사장.” 이 대표는 쇼노트 대표로서 본인의 강점을 이렇게 비유했다.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경영과 재무관리 등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높고 뮤지컬 제작을 직접 주도했기에 프로듀서로서 전문성도 있다는 뜻이다.


뮤지컬 제작과 기업 경영 전문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이 대표의 경력 덕분이다. 프로듀서로만 경험을 쌓은 다른 뮤지컬 제작사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삼성그룹과 CJ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의 뮤지컬사업에 힘을 보탰고 이 기업이 해체된 뒤에는 공연예술 벤처기업을 직접 차려 경영도 했다.

2003년에는 범 삼성계열인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CJ그룹은 공연예술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터였다. CJ그룹에서 <맘마미아>, <캣츠>, <김종욱 찾기> 등을 한국 무대에 올린 이 대표는 2010년 CJ그룹의 중국사업 확대 기조에 맞춰 중국 공연사업법인장으로서 상해로 갔다. 한국과 중국 뮤지컬 시장의 태동기에 이 대표가 활약한 셈이다.

이 대표는 “한 번 뮤지컬에 발을 들이고 나니,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져서 삼성전자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일하다가 CJ그룹을 계기로 중국 뮤지컬 산업의 시작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2017년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크게 불거져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 되자 이 대표는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러브콜을 보낸 기업이 바로 쇼노트였다.

이 대표는 “한 시장이 산업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당시 쇼노트는 기업가치 상승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데다 성장성까지 있다고 판단해 각자 대표로 합류했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힘, <헤드윅><그레이트 코멧> 출격

이 대표가 쇼노트의 작품 선정에 있어서 특히 공을 들이는 지점은 다양성이다. 그는 “쇼노트가 미국과 영국의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로 만들지만 대중성이 보장된 작품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며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작품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포용하고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을 좋은 작품의 기준으로 삼는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판매 매출 상위권에 오른 <멤피스>가 대표적이다. <멤피스>는 미국 토니어워즈에서 4관왕에 오른 작품이지만 한국 제작사들이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 테마였기에 한국관객에게 낯설게 여겨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쇼노트는 <멤피스>를 한국 관객에 맞게 각색하는 데 성공했다.

쇼노트의 킬러 콘텐츠 <헤드윅>과 현재 공연 중인 <그레이트 코멧>도 다양성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다. <헤드윅>은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삼았고 <그레이트 코멧>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 구성으로 다른 작품과 차별화했다.

이 대표는 “<헤드윅>이 소극장에서 시작해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는 건 경쟁력이 매우 좋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때 초연돼 <그레이트 코멧>의 첫 성과는 좋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카카오와 시너지 본격화, 매출 1000억 기업으로 성장 목표

쇼노트의 새로운 경쟁력도 앞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카카오그룹과 시너지다. 쇼노트는 2019년 IPO(기업공개)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지만 카카오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판단, IPO를 중단하고 카카오그룹 계열사가 됐다. 현재 쇼노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손자회사이자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의 치명적 매력은 바로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이라며 “IPO를 진행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겠지만, 장기적으로 카카오그룹과 협력하는 편이 성장성에 더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쇼노트의 사업적 특성 때문에 그렇다. 쇼노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까지 라이브 콘텐츠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제작사다. 당시 카카오그룹은 아티스트 IP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뮤지컬, 콘서트 등 라이브 콘텐츠 관련 포트폴리오는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쇼노트에 러브콜을 보낸 배경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그룹과 시너지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바라본다. 그는 “지난해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카카오그룹과 협력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카카오그룹과 시너지에 힘입어 3~4년 뒤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 1000억원 달성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이 대표는 “뮤지컬은 문화예술에서 벗어나 문화산업으로 성장한 시장"이라며 “매출 1000억원이라는 상징적 수치를 달성, 시장과 산업을 키워야 뮤지컬분야에서 일하는 후배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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