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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기업 데드라인 점검] 유동성 파티에 환호하다 '성큼' 다가온 '데드라인'11번가·CGI홀딩스, 지분 매각 '현재진행형'…SK그룹, IPO 과제 몰려온다

이정완 기자공개 2024-04-12 10:26:10

[편집자주]

2010년대 후반 유동성 파티가 벌어지던 시기 많은 기업이 신사업 육성과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와 유니콘 기업 기대주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그 대상이었다. 투자 받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기대만큼 사업이 성장하지 않았거나 우호적인 시장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결국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나타났다. 더벨이 IPO 데드라인을 앞둔 기업의 상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노리던 기업들이 계획했던 상장을 완주하지 못하고 암초를 만나고 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은 탓도 있지만 대내외 변수로 인해 실적 상승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상장이 어려워진 기업이 속출했다.

지난해 말 SK그룹의 11번가를 시작으로 이제는 CJ그룹의 CGI홀딩스까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했던 IPO가 어려워져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년 전 투자 유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주목 받던 기업도 IPO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 투자 유치 때만큼 빡빡한 기한을 제시받지는 않았지만 FI 회수를 위해선 IPO가 필수적이다. 다만 전과 같은 몸값을 인정 받기 어려워 이래저래 고민이 크다.

◇투자 유치 '부메랑'으로 돌아오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의 11번가 콜옵션 미행사는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았다. 나일홀딩스는 투자 대가로 11번가 지분 18%를 얻었다.


투자 유치 핵심 조건이 5년내 상장이었다. 통상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서는 FI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 상장 기한을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증시 입성이 어려워졌다. 약속한 데드라인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지분을 다시 사들여야 했으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결국 또 다른 투자 유치 조건에 의해 11번가 지분 전량이 매물로 나왔다. 드래그얼롱(동반매수청구권) 약정에 의해 FI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80%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다. 현재 예상 매각가액은 5000억원으로 거론된다. 나일홀딩스가 5년 전 지분 18%를 5000억원에 샀는데 이제는 사실상 지분 전량을 5000억원에 팔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일은 CGI홀딩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CJ CGV의 해외 사업 자회사인 CGI홀딩스의 소수지분이 매물로 나와있다. CJ CGV는 2018년 베트남홀딩스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려 했으나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가를 받아 상장을 미루기로 했다.

아예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까지 하나로 합쳐 해외 자회사를 키우려 했다. 그렇게 2019년 만들어진 회사가 CGI홀딩스다. 같은 해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로부터 3300억원을 유치해 지분 29%도 넘겼다. CGI홀딩스는 지난해 6월까지 홍콩 증시에 상장을 해야 했지만 FI와 상장을 1년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도 IPO 진행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에도 2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을 기록해 상장이 어렵다. 2020년 들어 닥친 코로나19가 야속하지만 마감 기한이 도래하면서 소수지분 매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 CGV 관계자는 "지분 매각 뿐만 아니라 상장 기한 재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니콘 기대받던 '플랫폼' 기업 상장 고심

유니콘 기업으로 기대 받던 스타트업도 2010년대 후반 VC와 PE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대기업 계열사처럼 깐깐한 드래그얼롱이나 풋옵션 조항을 적용 받지는 않았다. 장기 성장 관점에서 단계별 투자에 참여하다 보니 이들에겐 빠른 회수보다 밸류가 더 중요했다.

그럼에도 풋옵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달 초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클라우드 선도 기업 메가존클라우드는 2년 전 MBK파트너스와 IMM PE로부터 45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일정 기한 내에 IPO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 최대주주인 메가존이 주식을 되사야 하는 풋옵션이 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조 단위 매출로 지속 외형이 확대되고 있어 사정이 낫다. 과거 투자가 몰렸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마지막 투자를 받았을 때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상장을 노리고 있다. 컬리의 경우 2021년 4조원대로 평가 받았지만 지난해 유상증자 때 2조9000억원으로 가치가 낮아졌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상장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는 쿠팡을 따라 나스닥 입성을 추진 중이다. 2010년대 후반 국내 PE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때는 2020년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1조2000억원을 수혈한 뒤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소프트뱅크 투자 때 지분가치를 고려하면 최소 10조원의 몸값을 인정 받아야 한다.

◇'주춤한' 성장세에 기한 '미루는' 기업도

대기업 중에서 IPO를 위해 가장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곳은 SK그룹이다.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룹답게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 받은 회사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K온이다. SK온은 2022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와 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을 FI로 유치해 1조원 넘는 투자금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약 1조원을 추가로 모았다. 이 때 FI에게 약속한 투자 기한이 2026년 말이었다.

하지만 SK온 역시 흑자 전환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투자자와 상장 시점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황에 따라 1~2년은 투자자와 협의해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며 2028년까지 상장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온 역시 계획된 시점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드래그얼롱 조항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다.

SK그룹은 SK온 외에도 SK에코플랜트, SK브로드밴드, SK팜테코,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 다수의 기업이 상장 데드라인을 지켜야 한다. 특히 티맵모빌리, 원스토어처럼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와 중간지주사로 전환된 SK스퀘어 산하 포트폴리오가 눈길을 끈다.

다른 대기업도 상장 후보가 많다. LG그룹은 2020년 맥쿼리PE에 LG CNS 지분 35%를 1조원에 매각하면서 5년 내 IPO 추진을 약속했다. 롯데그룹도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기한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말 주관사단을 꾸렸다. 이들도 상장이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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