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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중복사업 분리 효성, '교통 정리' 더 남았나'섬유·물류' 밸류체인 쪼개기, 주식 교환 포석 해석도

김소라 기자공개 2024-04-19 07:53:32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6: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은 올 7월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다. 또 하나의 독립된 지주를 만드는 그룹 계열 분리 작업이다. 이 분리 계획에 따라 앞으로의 그룹 방향성도 좌우될 전망이다.

이번 효성 계열 분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그룹 간 중복 사업이다. 특정 사업을 깔끔히 분리해 일부 그룹에 붙여준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밸류체인을 쪼개 서로 나눠 갖는 방법을 택했다. 섬유, 물류 등 효성의 주력 사업 모두에서 이같은 형태가 나타난다.

이는 향후 그룹 간 추가적인 교통 정리 작업 여지를 열어둔 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효성은 기존 지주의 자사주 신주 배정 이슈를 비롯해 그룹 상호 간 지분 정리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기 위해 그룹 양쪽에 중복 사업을 배치해 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온전한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란 해석이다. 일찍이 세 아들 몫의 개인 회사를 만들고 일부 계열사에 대해선 직접적인 지배구조를 형성케 한 만큼 3세 경영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오랜 물밑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룹 간 원활한 주식 스왑을 위한 장치 마련에 방점을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 새롭게 설립되는 효성 신설 지주는 총 6개 산하 법인을 거느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효성첨단소재'를 필두로 비상장 법인 5곳이다. 대부분 비상장사다 보니 그룹 전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순자산 기준으로 약 5000억원 수준이다.

효성 신설 지주엔 여러 업종이 두루 포함됐다. 섬유와 물류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효성 그룹의 근간 사업들이다. 타이어 코드와 산업용 원사, 카페트 섬유 등을 만드는 효성첨단소재 및 해외 법인들이 해당 사업을 영위한다. 'Hyosung Holdings USA', 'HYOSUNG GLOBAL LOGISTICS VINA CO., Ltd'(이하 효성글로벌VINA) 등이다. 각각 미국, 베트남에 위치한 법인으로 물류 사업을 하는 곳들이다.

이 분리 모식도만 단순히 놓고 보면 중복 사업이 대부분이다. 동일 업종의 사업체를 한 곳에 모아둔 것이 아니라 반반씩 쪼개 형제 간 나눠가진 그림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 입장에선 그룹 내 핵심 섬유 사업체 효성첨단소재를 동생 조현상 효성 부회장의 신설 지주로 넘긴 것이지만 동일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계열사는 남겼다. 마찬가지로 타이어코드, 카페트 섬유 사업을 하는 'Hyosung USA'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밸류체인 상 의문이 따르는 지점이다. 효율성 면에서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둔 형태로 수직 체계의 영업 구조를 띄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영위하는 사업이 일치하는 만큼 해당 분할을 외적으로만 따진다면 다소 부자연스러운 그림이다.

물류도 이와 비슷하다. 효성은 국제 물류를 근간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재 그룹 내 '효성티앤씨'가 이 종합 물류 사업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말 연결 자산총계 4조원 규모다. 규모 면에서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해당 법인은 이번 계열 분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첫째 조현준 회장이 그룹 물류 사업을 가져간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신설 지주도 과실을 가져갈 수 있게 구조를 짰다. 효성 신설 지주 아래 효성글로벌VINA를 배치하면서다. 이 법인은 베트남에 거점을 두고 물류 사업을 전개하는 곳이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일본 등지에 계열사를 두고 국제 무역 사업을 진행하는 효성티앤씨와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 효성글로벌VINA는 효성티앤씨의 아시아 지역 특수관계법인으로 분류돼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물류 사업을 형제가 일부 나눠 가진 형태다. 큰 줄기는 기존 그룹에 남기면서 신설 그룹에 먹거리를 넘겨주는 식으로 영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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