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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3.0]상사·렌털 다음은 AI…SK그룹 모태의 끝없는 변신①오너 일가가 주도한 사업재편...최성환 체제 AI 투자 방향 주목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15 07:37:21

[편집자주]

SK네트웍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변신'이다. SK그룹의 모태가 된 직물 사업을 시작으로 종합상사(1.0), 렌털(2.0), 투자형 사업회사 등 경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정체성을 바꿔왔다. 다음으로 시선이 향한 곳은 인공지능(AI). SK그룹 오너가 3세 최성환 사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AI 투자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AI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기업까지 앞다퉈 연구개발(R&D)과 대규모 투자에 나선 유망 분야. 더벨은 SK네트웍스 3.0 시대를 여는 '최성환호'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는 국내 종합상사 중 사업구조를 가장 빠르게 개편해 온 기업이다. 모태는 직물사업이었지만 렌털,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먹거리 영토를 끝없이 확장하면서 종합상사 색채를 뺐다.

SK네트웍스는 그간 걸어온 변화의 길 만큼이나 큰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새 성장동력은 글로벌 격전지로 손꼽히는 인공지능(AI)이다. SK네트웍스 경영 전면에 선 오너가 3세 최성환 사장은 AI 중심의 사업형 투자회사를 새 비전으로 내걸고 유망 기업·기술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물 수출로 종합상사 안착

SK네트웍스의 모태는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1953년에 설립한 선경직물이다. 선경직물은 1939년 조선 선만주단과 일본 경도직물이 합작 설립한 회사였으나 6.25 전쟁으로 이후 최 창업회장이 부서진 직기 15대를 재조립해 새로운 선경직물을 설립했다.

선경직물은 1962년 인조 실크 첫 수출을 시작으로 원사, 폴리에스테르면 등으로 수출 품목과 금액을 확대하면서 정부로부터 종합상사 지위를 얻었다. 동시에 선일섬유와 합병으로 사명은 '선경'으로 바꿨다. SK네트웍스 1.0 체제의 시작이었다.

선경은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로 섬유에서 석유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에도 성공해 향후 그룹이 재계 대표 기업집단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8년 선경이 'SK'로 사명을 바꾸면서 탄생한 SK상사는 2000년 SK유통과 스피드메이트, SK에너지판매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SK글로벌로 간판을 바꾸고 지주사 역할은 SK㈜에 내줬다. 이때 휴대폰 유통, 주유소 사업 등이 더해지면서 종합상사로서의 사업 역량은 더 단단해졌다.

지금의 SK네트웍스가 된 건 2003년 10월이다. 분식회계, 영국계 자산운용사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등을 겪으며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한 시기다. 4년 만인 2007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SK네트웍스는 이후 성장동력 찾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일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렌털사업 키운 최신원 전 회장의 2.0 체제

SK네트웍스 사업구조가 확 바뀐 건 2016년 최신원 전 회장이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복귀하면서부터다. 최 전 회장은 최 창업회장의 차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다. 최 전 회장은 당시 SKC를 이끌면서도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는 등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은 SK네트웍스 회장에 취임한 이후 그룹 모태인 선경직물의 창업정신과 도전정신을 강조했고 본인도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가 낙점한 새 성장동력은 렌털 사업이었다. 당시 렌털 시장은 경기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매년 빠르게 성장했다. 소비의 개념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뀌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SK네트웍스는 패션사업과 LPG 충전 사업을 각각 현대백화점그룹과 SK가스에 매각하고 주유 도매 사업은 SK에너지에 양도했다. 확보한 실탄 9400억원은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금액 6100억원) 인수, AJ렌터카 지분 투자(42%, 3000억원) 등에 투입됐다.

이후 주유소 사업과 상사 중심의 매출 비중이 휴대폰 유통, 렌털 사업으로 무게추가 크게 기울었다. 당시 재계에선 오너 일가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6년만 해도 SK매직과 차량 렌털의 매출 비중은 4%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약 30%(스피드메이트 포함)까지 늘었다.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매출은 줄었지만 고민거리였던 낮은 수익성은 개선됐다. SK렌터카가 2019년 연결 실적에 편입된 이후 모빌리티 부문 영업이익은 1577억원(2022년 기준)까지 늘었다. 2017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SK매직을 필두로 한 가전렌털 부문 영업이익도 2017년 320억원에서 2022년 632억원으로 올라 이익 증대에 힘을 보탰다.

◇배턴 넘겨받은 최성환 사장, 글로벌 격전지 AI 시장에 출사표

최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2021년 말 자진 사임한 이후의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회사를 새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여전히 부족한 이익창출력의 한계를 투자로 넘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 중심에는 최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장이 있다.

최 사장은 SKC, SK㈜를 거쳐 2019년부터 SK네트웍스에 합류해 투자와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았다. 그는 최 전 회장이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 이후인 2022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SK네트웍스의 투자활동은 더 활발해졌다. 2020년 설립한 미국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을 통해 데이터센터, 헬스케어, AI, 블록체인 등 여러 분야에서 스타트업 지분을 취득하고 관련 펀드에 투자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국내외 스타트업 직·간접 투자에 들인 비용은 약 2500억원이다.

최 사장은 향후 집중 투자할 분야로 AI를 낙점했다. 최 사장은 다른 그룹 후계자들처럼 본인 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는 AI가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AI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다른 재계 총수들도 직접 현안을 챙기는 유망 분야다.

최 사장은 작년 6월 챗GPT 개발사로 유명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단독으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 'CES 2024' 현장을 찾아 AI 산업 동향을 살펴보기도 했다.

최 사장은 현재 AI 분야 투자와 동시에 SK매직, 워커힐 등 주요 사업군에 AI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SK렌터카의 매각까지 추진하면서 자신만의 SK네트웍스를 그려나가고 있다. 투자업계는 AI 중심의 신사업 추진을 위해 SK렌터카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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