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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국제갤러리 재무제표에 담긴 한국 미술의 흐름② [재무구조]단색화·호황·불황 시장초기 굴곡 반영, 재무적 체계 필요성도 대두

서은내 기자공개 2024-04-22 14:33:09

[편집자주]

한국 미술품 유통시장에서 현재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갤러리 세 곳을 묻는다면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갤러리가 손에 꼽힌다. 이 세 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갤러리업계는 집중된 형태를 띤다. 수익 면에서도 이 세 갤러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화랑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화랑의 계열, 지분구조와 재무구조를 분석하고 주요 전속작가 그룹을 포함해 경영 스타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갤러리의 재무제표는 다른 산업군의 재무제표와는 결이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 미술시장의 초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라는 점에서다. 국내 갤러리 중 일정 자산, 수익 기준에 부합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갤러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무 수치가 공개되는 갤러리는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사실 갤러리의 재무구조를 살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개되는 자료가 많지 않을 뿐더러 시장 통계도 대부분 실제와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의 제반 제도, 여건이나 갤러리들의 성격을 감안하면 공시되는 갤러리의 재무제표 마저도 실질을 반영한다고 보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갤러리는 법인의 형태를 띤 곳이라고 해도 개인 사업체로서의 성격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통상 갤러리 비즈니스는 핵심 경영자 1인의 수완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된다. 자산, 매출 규모가 큰 기업형 갤러리들도 대표 1인의 네트워크로 사업이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

미술품 판매라는 핵심 과업은, 기업의 이름으로 진행되기보다 갤러리 대표를 통해, 그의 얼굴을 보고 이뤄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갤러리는 일반적인 여느 기업과 달리 매각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주인이자 대표가 바뀌는 것이므로 매각 이후 갤러리 가치가 유지된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그럼에도 향후 갤러리들이 나아갈 방향, 미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할 때 갤러리 경영에도 체계화된 재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또 중대형 화랑들이 점차 등장하면서 법인의 소유 주체도 개인에서 2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어 주식회사로서의 체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갤러리의 재무제표는 한국 미술시장 초기 형태의 표본으로서 그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국내 1위 갤러리 사업체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향후 다른 갤러리들이 성장을 이루고 재무적인 체계를 다듬어간다고 할 때 국제갤러리의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단색화 인기 따른 매출 급상승

국제갤러리의 재무 상황을 보기 위해선 계열사인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홀딩㈜(이하 홀딩㈜) 이렇게 두 회사 재무제표를 함께 봐야한다. 국제갤러리의 매출이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한 건 2007년 말 홀딩㈜ 감사보고서가 나오면서부터다. 국제갤러리㈜는 2012년부터 공시됐다.

2007년 후로 두 곳 합산 매출은 세 번의 등락을 반복했다. 2007년 홀딩㈜의 매출이 고점을 찍은 직후 2008년 수치가 하락했는데, 그 후로 2012년, 2015년, 2021년 각각 수익이 정점에 올랐다 다시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국내 미술시장에 영향을 끼친 시기다. 국제갤러리의 손익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2015년은 국제갤러리에 특별한 해였다. 국내 미술시장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특별한 호황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반면 국제갤러리의 매출 수치는 2015년 크게 치솟았다. 두 법인 매출을 합쳐 1649억원을 기록했다. 그 직전 해 600억원대를 기록하던 연매출이 갑자기 1년 사이 3배 가까이 뛴 것이다.

매출 급증 배경은 단색화 작품의 인기였다.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국제갤러리는 국내 단색화 작가들을 해외에 알린 주역이며 2015년은 해외 컬렉터 대상 단색화 작품 판매가 급증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시장실태조사 자료상 2015년 작품판매액이 100억원을 넘는 화랑은 네 곳 밖에 없었다. 국제갤러리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다시 맞이한 호황기 그리고 침체기

정점의 매출 규모가 지속되진 못했다. 2015년 이후 매출은 하락했으며 2016년, 2017년에는 두 법인을 합쳐 700억원대,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1000억원대 매출을 되찾은 건 2022년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 미술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고 표현하는 그 시기다. 2021년 두 법인을 합쳐 902억원 매출을 냈으며 2022년에는 매출 1155억원을 기록했다.

다시 시장 침체기로 접어든 지난해에는 국제갤러리의 재무제표에도 그늘이 반영됐다. 2023년 매출은 약 720억원으로 2022년 대비 60%가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국제갤러리의 두 계열사 손익 수치를 합쳐 이같은 손실이 난 것은 2012년 재무제표 공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는 매출은 감소한 반면 제반 비용들이 모두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의 매출액이 647억원으로 전년(811억원) 대비 25% 가량 줄었으나 판매비와관리비는 159억원에서 219억원으로 38% 가량 증가했다. 운반비, 여비교통비, 보험료 등 수수료 제반 비용들이 상승했다.

홀딩㈜은 매출 감소폭이 보다 컸다. 매출액이 2022년 343억원에서 2023년 74억원으로 줄었다. 국제갤러리㈜는 2023년 기준 매출원가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63%~7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와 국제갤러리홀딩의 자산 합계는 지난해 기준 약 1210억원 수준이다. 국제갤러리홀딩 하나만 보면 2007년 300억원대에서 지난해 700억원대로 증가했다. 두 개 법인을 합쳐 보면 2012년 기준 792억원에서 2023년 기준 121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꾸준히 상승해왔다.


◇ 홀딩 매출 급감, 국제갤러리는 급증

국제갤러리의 최근 2년간 재무제표에서 눈에 띄는 또하나의 포인트는 두 계열사 매출 규모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2021년 국제갤러리㈜와 홀딩㈜은 서로 이름을 맞바꿨는데 매출 흐름도 뒤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홀딩㈜의 매출이 국제갤러리㈜ 매출의 3배, 많게는 8배 수준을 보여왔으나 2022년부터는 그 반대가 됐다.

2022년에는 국제갤러리㈜ 매출(812억원)이 국제갤러리홀딩 매출(343억원)의 2.5배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국제갤러리㈜ 매출(647억원)이 홀딩㈜ 매출(74억원)의 9배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은 김창한 국제갤러리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한 이후 맞이한 첫 해다.

홀딩㈜과 국제갤러리㈜ 간 매출 매입 거래도 있었다. 지난해 홀딩㈜의 국제갤러리㈜를 대상으로 한 매출은 35억원이다. 홀딩㈜의 지난해 총 매출액이 74억원이며 그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 관계사를 통해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김창한 국제갤러리 사장 개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다. 국제갤러리보다 먼저 설립된 국제갤러리홀딩은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과 김창한 사장이 51%, 49%씩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김창한 사장은 2015년 국제갤러리홀딩의 공동대표에 올랐으며 2021년에는 국제갤러리 공동대표로도 자리했다.

국제갤러리의 소유 구조가 단순하며 이현숙 회장과 김창한 사장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보면 큰 이슈는 아닐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법인의 소유 구조가 같은 것은 아니므로 두 개 각각 재무 구조에 대한 개별 정립은 필요할 것이란 게 회계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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