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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DB운용, 주주제안·경영권분쟁 표대결서 '소신발언'삼성물산·현대엘리·다올증권·한미사이언스에 의결권 행사

조영진 기자공개 2024-04-22 08:17:58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자산운용이 주주제안, 경영권분쟁 등으로 화제가 됐던 여러 상장사들의 올해 주주총회에서 소신껏 의결권을 행사했다. 삼성물산, 현대엘리베이터, JB금융, KT&G, 다올증권, 한미사이언스 등 행동주의펀드 및 주요주주들이 이사회와 표대결을 벌인 곳곳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자산운용은 최근 1년 사이 주주총회 시즌 동안 총 382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329개 안건에는 동의의 뜻을 밝혔고 35개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안건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이는 주로 소액주주와 이사회 입장이 상이해 양자택일해야 하는 안건들이었다.

DB자산운용은 삼성물산, 현대엘리베이터, JB금융지주, KT&G 등 주주제안이 이뤄진 여러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삼성물산 표대결에서는 이사회와 행동주의펀드의 주장을 고루 수용했다. 배당 안건에 대해선 행동주의펀드의 손을 들어준 반면 자사주 활용 건에서는 행동주의펀드와 결을 달리한 상황이다.

먼저 배당안건의 경우 삼성물산의 재원이 넉넉하기 때문에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DB자산운용은 "이사회와 행동주의펀드가 제시한 배당총액은 각각 4173억원, 7360억원으로 약 3187억원의 차이가 있다"며 "지주사로서 수취하는 배당금을 비롯해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만 6000억원을 확보하고 있어 별도의 차입 및 자산매각 없이 추가배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가 제시한 자사주 취득의 건에 대해선 선을 그었고 이사회측 자사주 소각의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행동주의펀드의 요구가 이행되기 위해선 배당증액에 더해 5000억원의 자기주식 매입재원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차입 및 자산매각, CAPEX투자 재검토 등을 고려해야 할 정도이므로 다소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안건들은 모두 부결 처리됐다.

한편 DB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상정한 안건에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며 사측을 지지했다. 지난해 말 임시주주총회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된 10개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주주행동주의를 전개 중인 KCGI자산운용은 조재천 사내이사 후보 선임의 건, 김호진 비상임이사 후보 선임의 건, 정영기 사외이사 후보 선임의 건 등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10개 안건 모두 가결 처리됐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JB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 편에 섰다.주주제안 후보 선임의 건과 비상임이사 2인 증원의 건에 대해 의결권을 불행사하는 한편 사측이 제시한 후보 선임의 건은 찬성했다. DB자산운용은 비상임이사 현원 1인 유지의 건에 찬성하면서도 "대주주 및 경영진 견제차원에서 주주제안자가 제안한 후보 중 최소 1인 등 일부 선임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주주제안 이사 2명 선임에 성공했다.


지난 3월 말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측 인물인 임민규 후보자를 지지했다. 당시 KT&G는 이사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임민규 선임의 건, IBK기업은행이 주주제안한 사외이사 손동환 선임의 건을 함께 상정했다. DB자산운용은 "당사 가이드라인상 손동환 후보의 결격사유는 없으나, 후보자의 약력을 고려할 때 법률에 관한 자문보다 이사회측 임민규 후보자의 약력이 회사의 가치제고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총결과는 손 이사 선임안 가결로 끝이 났다.

DB자산운용은 다올투자증권, 한미사이언스 등 대주주들의 경영권분쟁이 발발한 곳에서도 소신껏 의결권을 행사했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2대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올린 12개 주주제안이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됐던 상황이다. DB자산운용은 이 가운데 1개를 제외한 11개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주총결과 12개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김 대표 주주제안의 경우 '소집지 변경의 건'에만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주주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게 주주권 장려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나머지 11개 안건에 대해서는 "현재 최대주주측과 2대 주주측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빈번한 주주제안이 의사결정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했다.

경영권분쟁이 가장 극심했던 한미사이언스에도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모녀와 장·차남 측의 표대결이 벌어졌는데, 결과는 모녀의 패배였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시한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됐으며, 형제는 물론 이들이 추천한 후보 3인도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득표율 격차가 3~4% 대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 끝에 승자와 패자가 갈린 상황이다. 석패로 끝났지만 DB자산운용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던 오너일가 모녀를 지지했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주주제안에 모두 반대한 DB자산운용은 그 이유로 "결격사유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사 추천 이사 선임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DB자산운용은 유한양행, 네이버, 셀트리온, 에프앤에프, 이오테크닉스, S-OIL, 레고켐바이오가 상정한 안건 중 일부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카카오, 두산로보틱스, SK하이닉스, SK,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현대차,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25개 기업의 안건에는 모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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