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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VC '중복상장 개선' 촉각 세우는 까닭 [thebell desk]

최윤신 벤처중기1부 차장공개 2024-05-09 14:18:4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 권익 보호방안 등 지배구조 사안을 공시에 담으라는 권고가 포함됐다.

당국이 그간 사용하던 ‘쪼개기상장’이 아니라 '중복상장'이란 표현을 썼다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차이는 크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국한됐던 문제의식이 '모·자회사 동시상장' 전체로 확장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물적분할 뿐 아니라 현물출자나 비상장 기업의 인수 등으로 지배하는 자회사의 상장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지난해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규제 시행 이후 우회방안으로 거론됐던 현물출자 방식 등에도 형평성있는 규제를 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장 상태에서 투자한 성장지원(그로쓰)투자자다.

상장사의 자회사는 비상장 상태에서 그로쓰투자를 유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IPO 시점까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자본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상장사의 자회사는 사업력이 검증된 회사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회사란 점에서 투자자들도 주목했다. 사모펀드운용사(PE)와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선 리스크가 적은 투자처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곳이 적지 않다.

중복상장에 대한 섣부른 규제가 이뤄지면 VC와 PE의 회수 시나리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중복상장이 어려워져 투자받은 회사들이 IPO 계획을 접는다면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계약서상 조항을 두고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수 PE와 VC는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투자 계약서를 점검하고 있다.

물론 당국이 상장사의 자회사 IPO를 무조건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주주권익 보호방안을 제시해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동반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라는 게 가이드라인 초안의 주된 메시지다.

다만 모회사 주주에게 어느정도의 보상을 해야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중복상장을 위해 과도한 모회사 주주보호책을 내놔야 할 경우 자칫 자회사 주주의 지분가치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출자받은 자금을 신의성실을 다해 운용해야 하는 운용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복상장이 만연한 한국의 증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증시 밸류업에 매몰돼 기존의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PE와 VC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주요 출자자인 연기금은 개개인의 소중한 노후자금이다. 중복상장 구조 개선이 그로쓰투자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이어지기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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