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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아트]현승훈 화승 회장이 사랑한 김환기의 달항아리최근 구입한 국보급 청자 포함, 현수명·현승훈 고미술 컬렉션 10여점 부산박물관서 조명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24 08:28:15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고미술 컬렉터 중 한명이다. 현 회장은 특히 김환기의 백자 대호(달항아리)에 대한 애정도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 회장은 눌원문화재단의 신성수 이사장 등 취향이 잘 맞는 인사들과 함께 고미술을 공부하고 작품을 품평하는 모임을 함께해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회장의 부친인 화승그룹 창업주 고 현수명 회장도 백자 대호를 비롯한 고미술품을 수집해왔다. 이들은 대를 이어 문화유산에 대한 수집의 열정을 이어오고 있으며 사회 환원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된다. 현 회장의 아들 현지호 화승그룹 총괄부회장도 우리 미술품, 문화재에 대한 뜻과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승훈 화승 회장과 김환기의 달항아리

현수명, 현승훈 회장은 화승그룹을 일궈낸 재계의 명장들이다. 현 회장은 선친 현수명 회장이 부산에서 설립한 동양고무(화승)를 자동차부품, 스포츠패션 ODM의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들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가일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지키고 예술을 후원해온 인사로서도 새로 조명받고 있다.

오랜 시간 심미안을 길러오며 우리 전통 미술품을 수집해온 결과 이들의 수집품은 한국 전통 미술을 대표하는 명작들로 구성됐다. 미술품 수집 활동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예술을 후원하는 일이라 믿고 대중과 함께 수집품을 공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수명, 현승훈 부자(父子)의 고미술 수집품들 중 10여점이 지난 4월 말부터 부산시립박물관의 <수집가 傳 : 수집의 즐거움 공감의 기쁨> 전시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고 현수명 회장은 1978년 부산박물관 개관 당시 71점의 유물을 기증했다. 그 중 보물로 지정된 백자 대호를 비롯해 5점이 이번 전시에 모습을 나타냈다.

현 회장의 소장품 가운데 청자 음각연꽃무늬 유개 매병(국보)도 공개됐다. 해당 미술품은 현승훈 회장이 최근 추가로 구입한 고려시대 청자다. 해당 미술품은 12세기 작품으로 현재 국보 제254호로 지정됐다. 연꽃 무늬를 음각으로 새겨놓았으며 덮개가 남아있는 유일한 고려청자로 평가된다.

<청자 음각 연꽃무늬 유개 매병>, 현승훈 소장, 국보

김두량의 <삽살개>도 현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미술품이다. 부산시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있다. 김두량은 개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린 조선시대 후기의 화다. 활달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삽살개가 그림 속에 등장한다. 영조의 총애를 받아 '남리(南里)'라는 호를 하사받았다.

김두량, <삽살개>, 현승훈 소장 (부산시유형문화유산)

오랜 세월 백자 대호, 즉 달항아리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김환기 화백 그림의 소재로도 달항아리가 자주 등장한다. 김환기 화백은 달항아리를 오랫동안 품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 회장이 1988년 김환기 화백이 갖고 있었던 그 달항아리를 고미술상으로부터 구매한 후 이를 문화재로 신청한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달항아리는 17~18세기에 제작된 높이 40cm 내외의 원형 백자 항아리를 일컫는다. 달항아리라는 명칭은 원형 항아리가 마치 보름달 같이 희고 둥글다는 사실에 착안해 20세기 도자기 애호가들이 붙인 애칭이다. 배가 부른 항아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달항아리는 같은 크기의 사발 두개를 위아래로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정은우 부산시립박물관 관장은 "삼성 이병철·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현수명·현승훈 회장, 신성수 이사장 등은 모두 기업 활동 틈틈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심미안을 길렀으며 이를 토대로 예술성이 높은 미술품을 골라 수집한 이들"이라며 "미술품을 개인적으로 소유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평생 모은 수집품을 전시하거나 국공립 박물관에 기증하며 공유하는데에 뜻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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