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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적립금 공시 의무화 목소리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 금투협 TF서 의견 개진…기업 반발에 현실화는 미지수

이돈섭 기자공개 2024-05-28 08:24:4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4:23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업계가 기업 퇴직연금 DB적립금 운용현황을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적립금 운용성과를 높인 뒤 잉여재원을 다른 곳에 활용케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이를 부담으로 느낄 여지가 큰 만큼 실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기업 DB적립금 운용현황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퇴직연금 업계에 피력하고 있다. 현재 금투협회 범부서격 자본시장 밸류업 TF에 의견이 제기돼 있는 상황으로 퇴직연금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부 정책당국 관계자에게도 해당 내용이 전달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DB적립금 운용현황 공시 의무화 방안은 개별 기업 DB적립금 수익률 개선 차원에서 마련됐다. 현행법은 DB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의무 설치케 하고 IPS(적립금 운용계획서)도 작성케 했지만, 실상 해당 위원회 활동이 적립금 운용 수익률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기업은 적립금 운용 목표 수익률을 임금상승률 수준에 맞추는 데 만족하고 있는 상황.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장 환경에서는 예·적금을 비롯해 코코본드 등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만으로도 임금상승률 수준 목표 수익률을 거두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 등과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 수요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2022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전 상당수 상장사들이 DB적립금의 주식형 펀드 투자 등을 적극 검토했는데, 금융환경이 바뀌면서 관련 얘기가 쏙 들어갔다"면서도 "DB적립금의 경우 운용 성과가 기업 부채 관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DB적립금 운용현황을 외부에 공시하게 될 경우 기업 밖 투자자들도 관련 내용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해외 투자자를 주주로 맞이하고 있는 상장사의 경우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적립금을 운용하지 않으면 주주가치 개선 차원에서 투자자들의 적립금 운용실태 개선 요구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운용성과가 부진해 기업 자금을 적립금에 추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혹 재무적으로 무리가 올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IPS에 기반한 운용결과를 시장에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감독원 역시 각 업권별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에 기업 DB적립금 수익률 개선 방안 등 퇴직연금 시장 개선에 필요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금 재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연금시장 내 개선조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데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금 시장에서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록 지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방안이 실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낄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사 관계자는 "적립금은 결국 근로자 재원인데, 시장이 이를 적극 운용하라고 독촉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라며 "퇴직연금 적립금의 고유적 성격을 감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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