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Musical]'죽음마저 나답게', <버지니아 울프>가 던지는 파문할리퀸크리에이션즈 첫 성인 창작극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27 08:13:5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대한 작가의 비극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그렇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 의식의 흐름 기법을 활용한 소설로 명성을 얻었지만 우울과 불안은 버지니아 울프에게 그의 삶 그 자체였다. 1941년 3월 28일 결국 그는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큼직한 돌멩이를 주워 코트 주머니에 넣고 스스로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그의 죽음을 놓고 많은 이들이 정신 이상, 정신병이 버지니아 울프의 영혼을 좀먹은 탓이라고 평가했다. 정말 그의 죽음은 그렇듯 수동적인 것이었나. 병에 떠밀리듯 강물로 내몰린 것이었나. 삶의 괴로움으로부터 도피이기만 했을까.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가 던지는 질문이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5/24/20240524161035756.png)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가 강물에 몸을 던진 바로 그 시점부터 상상력을 발휘한다. 유명한 여류작가가 익사했다는 소식이 실린 신문 이미지를 무대에 보여주고 마치 수면 위로 파문이 일 듯 일렁이다가 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등장인물은 단 두 명이다. 조슈아와 애들린. 해고를 당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있던 조슈아는 우연히 길에 쓰러진 애들린을 발견한다. 기억을 잃고 오갈 곳 없는 애들린을 거두어 한동안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낸다.
그리고 알게 된다. 애들린은 작가이며 본인은 애들린이 쓴 소설 <댈러웨이 부인> 속 인물일 뿐이라는 것을. 조슈아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애들린이 만들었다는 걸. 애들린이 소설 집필을 끝내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이 세계의 창조자나 다름없는 애들린에게 정작 조슈아가 부탁한 건 글쓰는 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애들린은 솔직하게 나다운 글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
조슈아와 애들린은 글과 마음을 공유하며 세계의 의미와 자신의 감정,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조슈아는 자신의 세계에서 작가가 되고 애들린은 사랑, 미움, 혐오까지 결국 자신의 모습이며 나다운 삶을 살겠노라며 자신의 결말을 스스로 선택한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5/24/20240524161342536.png)
작중 애들린이라는 이름은 버지니아 울프의 본명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필명이고 진짜 이름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니픈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 아닌 실제 작가의 본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창작자의 의도와도 맥이 닿는다. 초연 대본과 음악 작곡, 편곡을 맡은 권승연 작곡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며 “그녀의 작품에서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 끝을 알 수 없는 인생 탐구의 방대함과 깊이를 느꼈기에 내 안에 남겨진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체적 삶, 자신과 화해를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에 상상을 덧대 만든 뮤지컬이 <버지니아 울프>라는 뜻이다. 다소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메시지인데 제작사 할리퀸크리에이션즈는 이런 메시지를 능숙하게 풀어갔다.
사실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그간 작품 포트폴리오에 비춰봤을 때 <버지니아 울프>는 다소 이질적이기까지 한 작품이라서다. 할리퀸크리에이션즈는 뮤지컬 분야에서 대형 라이선스 작품과 가족극에 특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을 중점적으로 공연했다. 가족뮤지컬로는 <달 샤베트>, <이상한 엄마>,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등을 공연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5/24/20240524161432260_n.png)
<버지니아 울프>는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성인 관객을 겨냥해 내놓은 첫 창작 뮤지컬인 셈이다. 할리퀸크리에이션즈는 첫 창작인 만큼 작품을 만들 제작진을 꾸리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뮤지컬 <더 라스트맨>을 함께 작업한 김지식 작가가 원안을 만들었다.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한국 협력 연출을 맡은 홍승희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홍 연출가는 “애들린은 조슈아를 통해, 조슈아는 애들린을 통해 그들의 삶을 비로소 찾아간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그렸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7월 14일까지 상연된다. 애들린 역에 박란주씨, 주다온씨, 전혜주씨가 분했고 조슈아 역은 윤은오, 김리현, 황순종씨가 맡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한미 오너가 분쟁]임주현 "임종윤과 다른 길, 해외투자 유치는 곧 매각"
- [i-point]미래산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L-벨트 이전
- [한미 오너가 분쟁]소액주주 만난 임주현, 핵심은 'R&D' "한미정신 지킨다"
- '나형균호' 오하임앤컴퍼니, 사업 다각화 고삐
- [i-point]휴림로봇, 일반공모 유상증자 청약률 196.5% 기록
- [i-point]부스터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자사몰 매출 전략 강화
- '탄소제로 대비' 대우건설, 환경 에너지 정조준
- [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 시큐아이, 빅3급 실적에도 '보안 거리 먼' 임원들 우려
- [i-point]엑스페릭스-퓨리오사AI, UAE 방문 '협력 강화'
- 성장 돌파구 모색 KT스카이라이프, AI·아마스포츠 공략
이지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IP & STOCK]YG엔터, 2NE1과 재회 주가 '깜짝 반등'
- [공연 티켓 파워]<노트르담 드 파리>, 6년만에 한국어 공연 '찬란한 귀환'
- [공연 티켓 파워]1분기 뮤지컬 티켓 판매 1위는 <레미제라블>
- [예술경영지원센터 사람들]공연 티켓 판매가 궁금하면 'KOPIS'
- [Inside the Musical]<젠틀맨스 가이드>, 피와 웃음으로 완성된 백작의 꿈
- [Inside the Musical]<프랑켄슈타인> 고독과 운명의 대결, 10년의 서사시
- [팬덤 플랫폼 생태계 진단]JYP·YG엔터가 구축한 팬덤 플랫폼 '연합전선'
- [팬덤 플랫폼 생태계 진단]하이브, 바이너리코리아로 크리에이터 시대까지 주도
- [팬덤 플랫폼 생태계 진단]위버스, 최준원 리더십 4년차...하이브·네이버 '공조'
- [Inside the Musical]CJ ENM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힘 <어쩌면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