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정식 부임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가 대표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어떤 인물인지 주변인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호평이었다. 카카오벤처스 대표직을 수행했던 시간 동안 두터운 신뢰를 쌓아놨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답변이 있었다. 한 취재원은 "정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데 그럴싸한 답변을 만들어서 내놓은 게 아니다"라며 "정말로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움직이는 리더"라고 말했다.
그 후로 정 대표가 언급해온 가치관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카카오벤처스 대표 시절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보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빠른 학습,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기질, 힘들 때도 지치지 않는 정신력"이라고 답했다.
세간의 평과 정 대표의 발언을 보고 나니 구원투수로 투입된 그가 이끌어갈 카카오가 기대됐다.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사법리스크에 휘말렸고 그 측근으로 구성했던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커졌던 시기였다.
힘든 시기 쇄신이라는 큰 숙제를 가지고 부임한 정 대표에게 펼쳐진 앞이 순탄하지는 않을거라고 예상했다. 현실에 펼쳐진 고난은 예상보다 더욱 혹독했다.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고 어우선한 대내외 분위기 속 전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였던 AI 사업도 영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총대를 멨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잡고 있던 카카오 운전대를 혼자 잡고 달려보기로 했다. 김 창업자가 맡고 있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도 정 대표가 대행했다. 이런 상황 속 지난해 연내 출시를 약속했던 AI 서비스 '카나나' 공개까지 미뤄지면서 카카오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시장에서도 카카오의 AI 사업을 포기할 때쯤 정 대표는 예상을 깨는 소식을 들고 나왔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와의 협업이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방한해 정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양사는 카나나에 챗GPT를 도입하고 추후 공동으로 AI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위기 속에서 이뤄낸 뜻깊은 협업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질. 창업자를 고르던 기준을 정 대표 본인에게 스스로 적용했다. 카카오의 AI 사업은 맨땅에서 시작해 이제 기반을 만들었다.
지금 필요한 건 다음 조건이었던 힘들 때 지치지 않는 정신력이다. 다른 말로는 '그릿(Grit) 정신'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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