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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성동조선 손실 스스로 키웠다 환포지션 오픈→환율 상승으로 700억원 추가 손실 추정

이승우 기자공개 2012-02-23 17:07:12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3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이하 성동조선)과 맺은 환헤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아 손실을 스스로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당시 손실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로 과거 하나은행이 태산엘시디 키코(KIKO) 포지션을 열어놓으면서 손실을 키웠던 것과 흡사하다.

국민은행은 성동조선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아니어서 환헤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성동조선과의 계약은 유지하면서도 국민은행 스스로 반대 외화 거래를 통해 손실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단은 환헤지 계약을 유지하면서 늘어난 평가손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확정된 채권액, 환헤지 계약은 유지→손실 증가중

성동조선 채권단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채권액은 반대매수 청구를 한 지난해 9월7일자로 2900억원 수준에서 확정됐다. 단기 차입 형태의 230억원과 환헤지 계약(13억달러 규모)에서 발생한 평가손실 2670억원 정도다.

성동조선 환율
국민은행 반대 매수 청구 시점 이후 환율 추이(단위:원)

환헤지 계약은 선물환과 일정 수준 환율로 오를 경우 두배 이상의 달러를 파는 타깃포워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대매수 청구일인 9월7일자 환율 1071.80원을 적용해 발생한 평가손실분이 채권액으로 인정된 것이다.

문제는 13억달러에 달하는 환헤지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그 이후에도 환율이 올라 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아니어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안된다"며 "성동조선과의 환헤지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은 23일 종가 기준 1126원으로 지난해 9월7일 1071.80원보다 54.2원 더 올랐다. 700억원(13억달러*54.2원) 가량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채권액은 정해졌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국민은행 자체적인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반대 매수 청구를 한 이후 환헤지 계약에서 발생한 채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국민은행에) 환헤지 포지션을 닫을 것을 이야기했었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허술'"..추가 충당금 1000억원 추정

성동조선과 환헤지 계약을 유지했더라도 채권액이 확정된 지난해 9월7일자로 반대거래를 통해 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환헤지 계약을 그대로 환율변동위험에 노출시켜 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중은행 한 외환전문가는 "국민은행이 성동조선에 대해 반대 매수 청구를 하고 상각 처리를 하려고 했다면 환헤지 계약도 머지 않아 해지 대상이 되는 건 뻔하다"며 "반대 거래를 통해 포지션을 닫지 않은 것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보면 허술한 처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채권단이 국민은행에 대한 채권 인정액을 이미 산정했는데 국민은행은 스스로 감당해야할 채권 규모를 더 키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과거 하나은행이 워크아웃으로 간 태산엘시디 키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율 하락에 베팅했던 것과 유사한 결과가 됐다. 당시 하나은행은 전략적으로 환포지션을 노출시키면서 손실이 증가, 관련 임직원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다.

2035억원의 충당금을 이미 쌓았지만 환헤지 계약에서 손실이 늘어나면서 충당금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지난달 KB금융그룹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성동조선과 관련한 손실을 최대한 반영해 203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35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 따르면 회계법인 실사 결과 국민은행이 반대매수 청구를 한 채권에 대한 회수율이 대략 20% 내외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라고 가정할 경우 1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단 환율이 하락하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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