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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가 메자닌 투자나 해서야

김동희 기자공개 2012-05-03 10:20:44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3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 10위권 이내 대형사는 물론 신생 VC까지 시장진입에 거리낌이 없다.

지난 1분기에 등록된 14개 PEF 가운데 VC가 참여한 PEF는 6곳에 이른다. 신기술금융사에서 벤처캐피탈로 탈바꿈한 KTB네트워크를 비롯해 설립 3년이 안된 투썬인베스트먼트까지 PEF를 선보였다.

지난 2009년 PE본부를 만들었다 실패했던 한국투자파트너스도 다시 시장에 진출했다. 이미 지난 3월 본부장 등의 인력확보를 마쳤으며 현재는 500억원 규모 이상의 PEF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기술금융도 총 2000억원 규모의 PEF 3개를 결성할 예정이며 원익투자파트너스 역시 1600억원의 PEF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규모도 커졌다. 정책금융공사, 국민연금 등의 출자금 지원에 힘입어 1000억원이 넘는 PEF가 흔해졌다. 대형 VC는 5000억원이 넘는 PEF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초 KB인베스트먼트와 루터어소시에잇이 무한책임투자자(GP)로 참여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4000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이들 공동 GP는 대형 유한책임사원(LP) 한 곳에서 1000억원을 추가 출자 받아 5150억원 규모의 PEF를 설립할 계획이다.

VC들이 대규모 PEF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PEF는 자금줄인 LP의 예산이 많아 출자금 규모가 크다. 성과보수는 차치하더라도 관리보수가 늘 수밖에 없다. 투자대상과 비중에 제한이 없어 투자도 수월하다.

주식, 채권은 물론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투자에 나서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어 비용은 덜 든다. 아무래도 한 기업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10억원씩 10개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PEF가 장밋빛 성공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국내 VC의 PEF는 양적 성장 만큼 투자의 질적 성장이 이뤄졌다고 말하기 힘들다.

국내 VC가 외국계나 독립 PEF보다 시장진출이 늦어 투자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것 역시 현실이다.

리스크 관리도 벤처투자와는 다르다. 벤처조합은 투자한 10개 기업 가운데 3개 기업만 성공을 해도 펀드의 기준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PEF는 투자한 기업 한 곳만 망가져도 투자자에게 만족할 만한 수익을 제공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국내 VC가 만든 PEF의 대부분은 일정부분 수익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코스닥기업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PEF 투자의 정확한 통계치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금의 60~70%가 메자닌(CB·BW 등)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VC의 이 같은 투자 패턴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수익을 확보해야 자금을 출자한 LP에게 면피라도 할 수 있다. 향후 추가 출자금을 받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벤처조합에서도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메자닌에 대규모 PEF까지 만들어 투자해야 하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PEF의 가장 큰 메리트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바이아웃 투자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VC가 지금 당장 대규모 바이아웃투자에 뛰어들기는 무리일 수 있다. 경험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데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 또한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시장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에 도전해야 한다.

VC업계에서 PEF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는 지금이 투자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PEF시장에서 한 단계 높아진 VC의 위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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