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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용산개발 딜레마'

길진홍 기자공개 2013-03-22 10:09:43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2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은 다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넘어왔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판을 짜자는 코레일의 제안에 민간이 이런저런 조건을 붙였다.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사업 재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삼성물산은 확답을 미뤘고, 우군인 줄 알았던 SH공사는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일부 건설사들은 자본금 증자에 동참할 수는 없으나 시공권을 보장해달라고 한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코레일 주도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을,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자산관리사(AMC) 보유지분을 인정해달라고 나섰다.

요약하면 사업을 재개해도 추가 투자 요청을 하지 말고, 기존 권한을 인정해달라는 얘기다. 겉으로는 코레일의 제안을 수용한다지만 내용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또다시 원점이다. 오히려 코레일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됐다. 사업 지배권을 행사하다 일이 꼬이면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코레일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민간이 추가 증자를 기피하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코레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토지를 현물출자해 시행사 지분을 늘리면 덩달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커진다고 봐야 한다.

코레일 스스로 민간과 고통을 분담하고, 몸집을 줄여 사업을 정상화하자는 주장을 거스르는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민간 제안을 덜컥 수용했다가 연말까지 실행 방안을 찾지 못하면 2600억 원의 긴급자금을 소진하고 다시 갈등이 불거질 게 뻔하다. 무엇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부담이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드림허브가 파산하면 코레일은 토지대 2조4000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 장부에 미리 쌓아둔 부지 처분이익 7조1800억 원도 걷어내야 한다.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의 국제 신평사들은 잇따라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코레일 채권을 보유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잠재적 평가손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가 채권발행한도를 늘려주겠다고 나섰지만 ‘구조조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되레 민영화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민간출자사와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법정소송은 또 뭘로 감당할 건가.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현재로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계속하든 중단하든 코레일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앞서 민간에 정상화 방안을 제안하면서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선량한 관리자로서 성실히 사업을 주관하고, 서부 이촌동 주민 피해를 최소하겠다고 했다. 사업 정상화를 갈망하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진정성이 대타협과 상생으로 이어져 실타래처럼 얽힌 현실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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