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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의 한섬 인수 그후]①유통망 효과 등 '시너지' 어디갔나매출·수익성 오히려 내리막길..머나먼 '윈-윈' 전략

신수아 기자공개 2013-10-14 10:20:25

이 기사는 2013년 10월 04일 10: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월 업계가 깜짝 놀란 인수합병(M&A) 한 건이 성사됐다. 보수적으로 사업을 꾸려온 현대백화점그룹이 알토란 같은 현금을 쥐고 있던 현대홈쇼핑을 앞세워 토종 패션 기업 '한섬'을 인수한 것이다.

국내 3대 유통기업의 입지를 탄탄히 쌓아온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한섬에 베팅한 금액은 4200억 원. 앞서 3여 년간 매각 대금 등 인수조건을 놓고 굴지의 기업들과 줄다리기를 하던 한섬은 함박웃음을 머금고 현대홈쇼핑의 품에 안겼다. 고급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내수 브랜드를 갖춘 패션기업의 만남에 업계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러나 인수 합병 후 통합작업(PMI)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며 인수 대금과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후문이 현대백화점그룹을 진땀나게 하고 있다.

◇ 한섬의 실적 부진, 허울뿐인 '윈-윈 전략'?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긴 한섬의 실적은 오히려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1년 5000억 원었던 매출은 인수 첫 해인 지난해 소폭 하락하며 4896억 원을 기록했다. 반기로 나눠 보면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3년 상반기 개별기준 매출은 211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 감소한 수치며 인수 전인 2011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7% 가량 줄어든 규모다.

수익성 악화가 더욱 눈에 띈다. 2011년 1000억 원 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98억 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전년대비 170억 가량 빠진 630억 원에 그쳤다. 반기로 쪼개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2011년 상반기 459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83억 원, 올해 상반기 255억 원을 기록하며 인수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2011년 상반기(325억 원) 대비 25% 쪼그라든 245억 원을 기록했다.

한섬 개별기준 실적

실적 둔화의 가장 큰 요인은 브랜드 이탈과 경기 둔화로 인한 외형 감소에 있다. 우선 지난해 지방시, 셀린느 그리고 발렌시아가의 판권 계약이 종료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던 주시꾸뛰르와 올라카일리 등을 양도받았지만, 이탈 브랜드의 매출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증권사의 패션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 소비 경기 악화에도 선방했던 주력 브랜드들도 부진했다"고 말했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인 타임(TIME), 마인(MINE) 등이 평년만큼 활약하지 못한 탓도 있다는 설명이다.

◇ 미약한 시너지, 예견된 부진?

신사업 진출과 유통망 확보라는 '윈-윈' 전략으로 평가 받았던 두 업체의 결합이 실상 예견된 부진 아니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부터 유통망 확대의 시너지는 크지 않았다. 일단 한섬의 주요 브랜드는 프리미엄급으로 백화점의 유통 채널의 대부분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채널이 바로 백화점이다. 또한 창업주 정재봉 회장은 한섬의 브랜드가 저가 채널에 풀리는 것을 극히 꺼렸다는 후문이다. 양사의 계약 조건에 한섬의 브랜드를 홈쇼핑에서 팔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그룹의 또 다른 유통 축인 현대홈쇼핑 채널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이번 한섬 인수는 브랜드 기업이 오프라인에 진출했다는 의미보다는 리테일러가 브랜드 기업을 인수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를 통해 패션 업종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현대백화점이 나서 한섬의 패션 업력을 바탕으로 보급형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룹 유통망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 경쟁업체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백화점-인터넷(홈쇼핑)-마트(할인점)'의 유통라인을 갖추고 있는 반면, 마트 등 할인점 채널이 없는 현대백화점은 홈쇼핑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SPA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서브 브랜드를 개발해도 결국엔 제 3의 유통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다.

전략적인 허점은 유통망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한섬은 대주주 지분 매각을 두고 여러 업체와 협상을 벌였고, 최종 합의점을 찾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됐다. 한섬은 오랫동안 인수주체를 저울질하면서 명품 브랜드사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즉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외 브랜드사들의 계약 연장에 대한 의지를 꺾었고 이탈을 가속화 시켰다는 설명이다.

한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타임·마인·SJSJ 등의 내수 브랜드와 끌로에·랑방 등의 수입브랜드로 나뉜다. 하이투자증권이 환산한 2013년 연간 순이익은 내수 브랜드가 475억 원, 해외 브랜드가 39억 원 수준이다. 주력 사업은 내수 브랜드에 있다. 그러나 국내 의류 시장은 SPA브랜드와 수입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내수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정작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지닌 내수 브랜드의 중국 사업권은 제 3자의 손에 내어줬다. 현재 한섬 내수 브랜드의 중국 사업 라이선스는 SK네트웍스가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에 그룹의 색깔을 입히기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정재봉 한섬 회장은 현대백화점 그룹 이전의 협상자를 대상으로도 경영권 보장을 요구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창업주로서 경영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실제로 한섬 브랜드는 정 회장과 부인 문미숙 감사의 손 때가 깊게 묻어있는 회사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인수 초기 연착륙을 위해 정재봉 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올초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부회장 자리에서 여전히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아 한섬에 대한 그룹의 청사진이 온전히 녹아들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경영권을 정비하고 수입브랜드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들어 '엘리자베스 & 제임스'와 '이로'의 판권을 따내고 이어 명품 브랜드 '발리'의 국내 판매권도 획득했다. 또한 한섬 브랜드의 백화점 내 입지를 조정하고 홈쇼핑 채널에 맞는 브랜드 개발에 나서며 패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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