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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제대로 보기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3-10-15 10:23:07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1일 09: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유통 거물 현대백화점 그룹과 패션 강자 한섬의 만남을 두고 증권가와 언론은 하나같이 한섬이 '유통망의 시너지를 얻게됐다'고 풀어썼다. 전국에 14개의 백화점을 갖추고 아울렛 사업까지 손을 뻗친 현대백화점의 유통망은 대단한 잠재력이 있다. 언뜻 보기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수 후 한섬의 실적은 오히려 하락세를 탔다. 내수 경기 둔화와 주력 해외 브랜드 이탈의 타격은 컸다. 굵직한 해외 브랜드를 잃어 버린 한섬은 타임·마인·SJSJ 등으로 대표되는 내수 브랜드의 매출 하락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해가 바뀌니 '유통망의 시너지가 시작됐다'고 서술이 바뀌었다. 하지만 한섬의 매출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탈 브랜드를 상쇄할 강력한 브랜드 영입은 요원했다. 그렇다고 현대백화점 채널 내 한섬 브랜드의 매장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해외 브랜드 협상력도 아직은 제자리라는 지적이 들렸다. 도리어 한섬 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패션 마니아의 댓글은 뼈아팠다.

증권가는 내년을 전망하며 '유통망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쯤 되고 보니 한섬이 얻게 될 유통망 시너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일단 한섬의 신규 브랜드 전개가 수월해진다 는 게 첫번째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현대백화점 계열의 유통 채널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두번째다. 향후 현대홈쇼핑의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세번째다. 추상적이고 현실감 없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섬 인수는 '브랜드 기업'의 오프라인 진출이라는 의미보다 '리테일러'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섬에게 지배주식 매각은 일종의 엑시트 전략이지만 현대백화점 그룹 입장에선 신사업의 획득이었다. 애초에 시너지의 무게가 있는 쪽은 현대백화점이란 의미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균형 있는 내수-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한섬의 풍부한 브랜드 전개 노하우를 얻었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도 손에 쥐었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그룹의 인재를 한섬 대표에 앉혔다. 그룹 내 브랜드를 한섬에 양도하고 해외 브랜드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한섬의 성장은 이제 현대백화점 그룹의 매니징 능력에 달렸다는 의미다.

막연한 유통망 효과는 부차적인 이점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부각되어서는 한섬을 제대로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한섬 투자자는 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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