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12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중순 한 중소기업의 오너가 사모투자전문회사(PE)에 경영권을 뺏기는 일이 발생했다. 의도를 가진 적대적 인수·합병(M&A)는 아니었다. PE는 적법하게 약속 불이행에 따른 조치를 한 것이었다.대구에 위치한 자동차용 와이퍼 제조업체 캐프의 이야기다. IMM PE는 벤처캐피탈인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지난 2010년 캐프에 60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조건은 환헤지 금융파생상품 키코(KIKO)로 인한 손실 보전과 경영 정상화였다.
하지만 캐프는 투자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캐프는 2012년(6월 결산)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 12억 원을 달성했으나, 키코 손실 418억 원을 해결하지 못해 당기순손실 460억 원이 발생했다. 키코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이자비용을 비롯해 외환차손 등으로 110억 원 넘는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IMM 입장에서 적은 금액의 투자가 아닌 만큼 투자금 회수에 대한 고민을 했을 법하다. 기업의 실적 하락에 다양한 이유가 있다. IMM은 기존 캐프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도 한 몫 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계약서에 명기한대로 투자했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 보다 많은 지분을 획득하며 경영진을 교체했다.
문제는 이후 불똥이 다른 벤처캐피탈에 튀었다는 점이다. 대구 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몇몇 기업들이 벤처캐피탈 자금을 꺼리게 된 것이다. 캐프에서 발생한 일이 본인들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특구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이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연구개발특구 펀드는 대덕, 대구, 광주 등 연구개발특구에 본사나 주된 사무소를 둔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연구개발특구에 소재한 기업만 16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개발특구가 속한 5대광역시에서 올해 9월까지 벤처캐피탈이 발굴해 투자한 곳은 전체 투자금액(9842억 원)의 7.5%(732억 원)밖에 미치지 못한다. 잠재적 투자처는 많지만 실제로 투자로 연결되는 사례는 드문 셈이다.
캐프발(發) 후폭풍이 오래 지속된다면 기업이나 벤처캐피탈 모두에게 손해다. 기업의 경우 한 단계 더 도약을 하기 위해서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은 잘 활용하면 기업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된 많은 기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벤처기업 중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가 상장하는 비중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70.39%에 달한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는 수익 창출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수익이 날 수 없는 투자는 애당초 집행하지도 않는다. 수익이 나면 다시 재투자로 투자금이 벤처기업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조기상환(풋 옵션)이나 리픽싱(refixing) 등 최대한 방어장치를 마련해 둔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는 기업은 이 같은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살피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캐피탈은 의도적으로 경영권을 뺏는 기업사냥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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