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수원·남부발전, 청약 다 끝났는데 '지연공시 논란' 일괄신고 맹점 지적...사전수요확약 관행화 우려

황철 기자공개 2014-01-27 09:51:03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2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가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투자설명서나 추가서류를 지연 공시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청약은 물론 발행이 아예 끝난 이후에야 공개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투자설명서는 회사채 청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을 담고 있다. 일괄신고추가서류에는 기업실사와 인수계약서 등이 첨부돼 있다. 투자자로서는 기업 정보나 회사채 발행과 관련한 사전 정보를 접할 중요한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발전 공기업이 채택한 일괄신고제도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발행 절차를 간소화한 일괄신고 채권의 경우 여전히 메신저 등을 통한 사전 수요확약이 관행화돼 있다.

◇ 청약 이후 공시, 주관사·인수단도 문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부발전은 최근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청약 종료 때까지 일괄신고 추가설명서와 투자설명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발행이 완료된 이후에서야 증권발행실적보고서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다.

투자 의사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 투자설명서 공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 행위였다. 일반적으로 투자설명서는 청약 당일 영업 개시 전인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에 공개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7일 3000억 원어치의 채권을 찍었다. 청약은 발행 당일 실시했다. 영업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청약을 받았다. KB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실무를 진행했다.

일괄신고 추가서류와 투자설명서가 공시된 시각은 오후 3시43분과 3시55분이다. 청약이 한참 지난 이후였고 발행까지 완료된 시간이다. 증권발행실적보고서는 투자설명서 공시 약 5분 뒤에 나왔다.

한국남부발전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한국남부발전은 21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으로 2000억 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가했다.

이들은 청약을 당일 오후 3시까지 받았다. 일괄신고 추가서류와 투자설명서는 오후 5시를 전후해서야 공시됐다. 이 역시 청약은 물론 발행까지 완료한 이후였다.

투자설명서는 만기와 금리 등 회사채 투자 결정의 핵심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사업과 재무 관련 사항, 투자위험요소 등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담고 있다. 추가서류에는 기업실사, 신용평가, 인수계약서 등 중요한 자료를 첨부하게 하고 있다.

특히 국내 6개 발전 공기업은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일괄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제도 특성상 사전에 증권신고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투자설명서와 첨부서류는 발행과 관련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처음이자 거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한 공시가 지연될 경우 투자자로서는 발행 때까지 기업과 발행 관련 정보를 전혀 습득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 일괄신고제도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 일괄신고, 과거 채권 시장 악습 답보

물론 발전 공기업 채권 투자자들이 실제로 관련 정보를 전혀 습득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국내 일괄신고 채권은 과거 선진화 방안 도입 이전처럼 메신저 등을 통해 사전에 투자자를 모으는 게 일반적이다. 청약 자체도 투자설명서를 교부받지 않으면 자격에 제한이 가해진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많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부발전의 경우라면 결국 사전에 투자를 확약한 대상자에게만 투자설명서를 교부했다는 말이 된다. 이외 기관·전문투자자들은 발행 사실을 알 길이 없어 청약의 기회조차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채 발행제도 개선 과정에서 근절 의지를 갖고 추진한 '사전 수요모집과 투자 확약'이 관행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괄신고 채권의 경우 프라이싱이나 투자자모집 과정에서 과거 채권 시장의 악습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라며 "대부분 '수퍼 갑'의 초우량 기업들이어서 증권사들이 통제할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괄신고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시나 발행 절차를 최소화해줬지만 지금은 이를 악용하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괄신고 채권의 추가서류는 투자자의 의사 판단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므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라며 "투자설명서의 경우 기업의 자율에 맞기고 있지만 납입이 아예 종료한 이후에 공시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없으며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