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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없는 기업 다시보자' 포스코에도 불똥? [KT ENS 법정관리 후폭풍]회장 교체기마다 '빅배스' 가능성 농후…신용평가시 계열지원 가능성 축소 불가피

임정수 기자공개 2014-03-17 10:45: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ENS의 법정관리로 KT는 물론 포스코그룹의 신용도에 대한 재검토 작업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번 사태로 대기업의 계열사 신용도에 반영된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믿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KT와 같이 그룹 회장이 자주 교체되고 덩달아 사업구조도 급변하는 소위 '주인없는 그룹' 의 지원 가능성을 더더욱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다.

주인없는 그룹의 대표격으로 KT와 함께 포스코가 거론된다. 권오준 회장으로 사령탑이 바뀌면서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포스코에서도 계열사 잘라내기와 같은 신용 사건(크레딧 이벤트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포스코 패밀리 내에서 그룹 지원 가능성이 신용등급에 가장 많이 반영된 계열사로 포스코건설과 포스코플랜텍을 지목하고 있다.

◇ KT· 포스코, 회장 바뀌니 마음 변하네…계열 지원가능성 어떻게 믿나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KT 그룹 계열사인 KT렌탈, KT캐피탈, KT텔레캅 등을 하향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KT ENS가 KT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모회사의 지원의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게 핵심 논거다. 한신평이 그동안 KT 계열사 신용등급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줬던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한 시각 조정에 나선 것이다.

KT 사태 이후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한 채권 시장의 불신은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KT ENS 사태를 KT 신임 회장인 황창규의 '빅 배스(Big Bath)'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우발채무 덩어리가 돼 버린 KT ENS를 버리면서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잠재 손실을 털어내고,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하겠다는 의도라는 진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 ENS는 KT가 지분을 100% 보유해 지분관계가 탄탄한데다 부채의 대부분이 계열사 매입채무일 정도로 KT와의 사업 연계성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시장에서는 KT ENS에 대한 계열 지원 가능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지분관계나 사업연계성을 근거로 계열 지원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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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KT와 유사한 기업으로 포스코를 꼽는다. 포스코도 정권 교체기마다 그룹 회장이 바뀌면서 회장의 사업 철학에 따라 사업 구조가 바뀌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임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재무구조 개선을 기치로 내 걸고 해외사업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정준양 전(前) 회장이 업적을 위해 벌여 놓은 사업 중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에 반영된 계열 지원 가능성도 우선적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도 회장 교체기에 빅 배스가 일어날 여지가 많은 기업"이라며 "KT나 포스코 등에는 사주가 있는 기업에 비해 계열 지원 가능성을 더 낮춰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회장이 바뀌면 계열사에 대한 지원 의지와 지원 가능성이 바뀌는데 어떻게 장기적인 신용도를 반영하는 신용평가에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포스코건설·포스코플랜텍, 모회사 지원 가능성 많이 반영…우발채무 부담 많아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포스코 그룹 내에서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신용등급에 많이 반영된 기업으로 포스코건설과 포스코플랜텍을 꼽는다.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포스코 계열의 플랜트 시공을 담당하고 있어 계열사들과 사업 연계성이 높고, 과거 유상증자 때 지원을 받으면서 계열 지원 가능성이 상당 폭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AA급으로 평가받기에는 같은 등급의 다른 건설사에 비해 덩치나 재무상태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정도만 AA-로 평가돼 있다. 2013년 3분기 기준 두 건설사의 자산 규모는 25조 원과 14조 원을 넘어선다. 포스코건설의 2~3배 규모다. 매출 규모도 20조 8000억 원과 9조 9000 억원으로 포스코건설의 7조 3000억 원과는 차이가 크다. 부채비율도 200%에 육박한 포스코건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 회사를 같은 등급으로 놓고 보기에는 규모나 안정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면서 "순전히 계열 지원 가능성만으로 AA-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잇따른 적자에도 A-로 평가돼 있다. 포스코가 2010년 부실 기업이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2013년에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포스코플랜텍을 합병해 현재의 회사가 됐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등의 주주가 손실을 메우고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출자에 참여하는 등 계열 지원 가능성이 크게 반영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사업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계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성진지오텍 인수와 그 동안의 자금 지원을 두고 정준양 전 회장의 전략적인 오판 중 하나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또 포스코건설과 포스코플랜텍은 우발채무 부담이 많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포스코건설은 건설 사업을 하면서, 포스코플랜텍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가 크게 늘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최근 송도 사업을 하면서 수 조 원의 PF 유동화에 지급보증이나 채무인수 약정을 맺으면서 우발채무가 급증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과도한 우발채무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KT ENS와 닮은 대목이다.

증권업계 크레딧 관계자는 "두 회사는 재무제표 상으로 보이는 신용도보다 우발채무 부담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 크다"면서 "계열 지원 가능성 만으로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간과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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