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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채무 위험 부각 "신평사는 뭐했나" [KT ENS 법정관리 후폭풍]신평사, 건설 PF 외 경고 기능 불능…제조·서비스 등 전반으로 확대 필요

황철 기자공개 2014-03-20 11:41:56

이 기사는 2014년 03월 18일 1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ENS 법정관리 사태로 채무보증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잠재채무(우발채무)의 위험성이 한층 부각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에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과 반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우발채무는 회계 기준이나 실질상 확정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업 재무구조나 펀더멘털 평가에서 우선적인 검토 대상이 되지 못해왔다. PF 부실 현실화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건설업계 정도에만 신용평가의 핵심 고려 요소로 삼고 있을 뿐이다.

PF를 비롯해 유동화를 위해 설립한 상법상 SPC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잠재채무로 분류되진 않지만 경제적 실질상 우발채무와 유사한 해운사나 항공사의 운용리스 성격의 장기미지급금에 대해서도 최근 들어서야 관심을 표명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해운사 장기용선료(운용리스)는 업계 유동성 경색의 근본 원인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특히 KT EN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량 기업의 지급보증이나 매출채권 유동화 등은 실질적으로 평가 요소가 되지 못했다. KT ENS가 자기자본의 4배가 넘는 우발채무를 보유했지만 단 한번도 신용위험의 경고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우발채무 현실화, 비단 건설사 문제가 아니다

PF 우발채무가 다시 기업 부실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국내 초우량 그룹인 KT 계열사마저 잠재채무 지급보증을 발단으로 법정관리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우발채무 현실화가 비단 건설사나 일부 비우량 기업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지목된다.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경고가 이뤄지지 못한 국내 신용평가의 한계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전반의 잠재채무에 대한 점검과 신용등급에 적절한 반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신용평가사들은 지금까지 기업 펀더멘털을 측정하는 데 있어 건설사 등 특정 업종을 제외하고는 우발채무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왔다.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사의 평가방법론이나 평가보고서 등에는 계열사 지급보증 문제가 언급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시행사나 협력사와 관련한 내용이나 SPC를 통한 유동화에 대한 신용보강 등은 대부분 간단한 사업성 평가에 그치고 있다.

이엔에스 우발채무

KT ENS와 관련한 내용만 보더라도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을 단순히 사업의 공공성 등에서만 접근했다. A평가사의 경우 "동 사업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중장기 프로젝트로, 지급보증 제공이 프로젝트별로 분산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발채무가 현실화되어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정도의 간단한 코멘트만 제시했다.

KT ENS의 재무실적과 대비해 우발채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 현실화로 이어질 경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완충력은 갖췄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실제로 신용평가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 할 내용이 빠진 셈이다.

◇ 신용평가사, 잠재채무 등한시 배경은?

우발채무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안일한 접근으로 등급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현실에서 잠재채무로 분류되진 않지만 유사한 성격을 가진 해운사 장기용선료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의 경우 영업 성과와 상관없이 계약상 매년 지불해야할 최소 용선료가 조 단위에 이른다. 명목상으로 드러난 금융 차입금에 묻혔지만 실제 해운사의 유동성난을 일으킨 대표적 주범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장기용선료는 2조 8952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중 1년 내 만기도래분만 1조8099억원이다. 현대상선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최소 1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 해운사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장기용선료 부분을 오랜 기간 부각시키지 않았다. 크레딧 코멘트나 레포트 등을 통해 운용리스 성격의 부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평가에서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다. 최근 들어서야 평가보고서에 다루기 시작했지만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KT ENS 사태의 경우 다소 우발적이고 예외적은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간과해 왔던 여러 신용이슈를 제기하게 하고 있다"라며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재무구조나 대외 신인도에만 현혹돼 기업 본연의 신용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특히"신용평가사들이 최대 고객인 우량 기업의 잠재채무 문제를 건드릴 정도로 강단을 갖추지 못한 측면도 있다"라며 "기업 잠재채무는 언제든 현실화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재무 역량과의 비교를 통해 신용 리스크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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