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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비심사 문턱 여전···기술보다 사업성 '강조' [원칙없는 특례상장②]기술성평가 통과해도 사업성 낮다고 판단되면 'IPO 미승인'

이윤재 기자공개 2014-10-21 09:08: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16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벤처기업이 기술성평가를 통과해도 상장예비심사 청구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면서 상장요건 중 경상이익 부문이 면제됐어도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탈락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성이 아닌 사업능력이 뛰어난 기업들을 위한 특례상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기술성평가 통과해도 수익성 낮다고 판단되면 '미승인'

최근 거래소의 기술성평가 특례상장 기업들에 대한 예비심사청구 결과를 살펴보면 수익성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잇달아 수익성에 발목을 잡히면서 코스닥 입성이 좌절됐다.

크론성 누공 줄기세포치료제인 큐피스템을 개발한 안트로젠은 최근 상장 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벤처캐피탈로부터 프리IPO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데다 기술성평가도 무난하게 통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의약용 화합물 및 항생물질 제조기업인 바이오리더스도 세 번째 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성평가를 통과했지만 수익성 부문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안트로젠의 타깃 제품인 크론성 누공 관련 시장 규모가 1000억 원 가량에 불과하다는 이유가 탈락의 직접적인 사유로 알고 있다"며 "향후 시장 점유율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력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특례상장에 성공한 바이오벤처기업은 코렌텍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아미코젠, 인트로메딕 총 4곳이다. 이중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만 상장 당시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미코젠의 경우 매출액 163억 원, 영업이익 58억 원으로 코스닥 직상장도 충분한 실적 요건을 가지고 있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을 보고 있으면 수익성을 갖춘 기업들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특례상장한 아미코젠을 기점으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술기업 돕는다는 도입 취지 '무색'…R&D 보다 사업화에 관심 쏠려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에서 수익성이 평가요소로 작용하면서 바이오벤처기업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일부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제약사와 라이선스 아웃이나 업무제휴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수익성이 특례상장에 통과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바이오벤처기업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라이선스 아웃 등은 당장 수익을 일으킬지 몰라도 향후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얻게 될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개발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신약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실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병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본래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연구개발에 집중하다보니 재무구조가 악화됐었던 바이오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바이오벤처기업 관계자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상장하려면 대부분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6월 코스닥 제도개선이 이뤄지면서 기술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의 성장을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다보니 재무구조가 악화됐었던 바이오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이미 퇴색됐다"며 "과도한 수익성 요구로 인해 정통 바이오벤처기업보다는 사업화에 능한 곳들이 상장에 성공하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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