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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비앤지스틸, 내부거래 맘껏 늘리는 이유 공정위 규제 회피, 증여세도 '1억대'..정일선 사장 일가 '배불리기'

김장환 기자공개 2014-11-28 10:35: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7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그룹 계열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이번 3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2012년 잠시 주춤했던 내부거래가 올해 들어 재차 급격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났고, 국세청 증여세도 소폭에 그치면서 마음껏 내부거래를 늘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현대비앤지스틸은 547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중 2439억 원을 내부 관계자들을 통해 거둬들였다. 내부거래 비율은 44.5%로 전년 동기(44.2%)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는 138억 원 늘었고, 내부거래액은 78억 원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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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회사 비중으로 보면 가장 많은 일감이 발생하고 있는 곳은 애드스테인리스다. 현대비앤지스틸이 14%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로 묶여 있는 애드스테인리스는 STS냉연 등 원재료를 현대비앤지스틸로부터 매입해 매각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3분기까지 애드스테인리스를 통해 발생한 일감은 676억 원가량이다.

이외에 다수의 기타 특수관계자가 일감을 지속적으로 몰아주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그린파워 등이다. 이들 회사가 올해 3분기까지 현대비앤지스틸에 준 일감 물량은 1762억 원에 달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해 이들 계열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현대비앤지스틸의 특수관계자를 향한 내부거래비율은 45%에 육박하지만 공정거래법으로는 문제 될 것은 없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일선 사장과 함께 정문선·대선 3형제가 주요주주로 올라 있지만 지분율이 크게 낮은 탓이다. 정일선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2.52%, 문선·대선 형제 지분율은 각각 1.74%, 0.72%에 불과하다.

이들 형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 고 정몽우 현대알미늄 회장 자제들이다. 범현대가 오너 일가가 주요 주주로 앉아 있는 만큼 지난해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이슈를 꺼내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현대비앤지스틸은 상당한 부담을 샀다. 하지만 공정위는 규제 대상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 20% 이상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을 경우로 한정했다.

다만 국세청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까지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국세청은 공정위와 달리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친족 지분이 단 3%만 초과하더라도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 사장 형제가 보유한 지분율은 총 4.98%, 내부거래비율은 45%에 가까워 규제 대상에 고스란히 포함된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증여세를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이를 이유로 내부 거래를 줄이는 방안을 꺼내들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스테인리스 강판이 총 매출의 95%에 달할 정도로 집약돼 있어 내부 일감 외에는 다른 기댈 곳이 없다. 증여세를 피하려면 이 보다는 약소한 지분을 보다 적은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더 그럴듯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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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국세청 홈페이지

하지만 국세청 증여세 조차도 그리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어서 이 같은 방편 역시 꺼내 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국세청 증여세(증여의제이익)는 세후영업이익에서 특수관계법인 기준점(30%) 초과 거래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주식보유비율에서 기준점(3%)을 뺀 값을 더해 산정한다. 이를 토대로 보면 만약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정 사장 일가가 내야 하는 증여세는 단 1억3240만 원대에 그친다.

현대비앤지스틸에 따르면 정 사장은 한해 급여만 8억6800만 원(올해 말 기준)이 넘는 돈을 받아가고 있다. 1억 원대 증여세가 개인으로는 결코 적은 돈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일 수 있지만 여러 기반들을 볼 때 정 사장에게 많은 돈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증여세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내부거래를 늘리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결국 2012년 40% 미만까지 떨어졌던 현대비앤지스틸의 내부거래가 지난해 말과 올해 들어 재차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각종 이슈가 됐던 제재에서 면죄부를 얻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비앤지스틸은 정 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현대머티리얼과 규제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규모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특수관계자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이 정 사장 개인회사로 다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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