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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매출 1조'보다 중요한 것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5-01-05 08:18:28

이 기사는 2014년 12월 30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9일은 국내 제약업계의 역사적인 날이다. 유한양행이 단일법인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1926년 창립한 이후 88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고 117년 국내제약 역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한 제약회사가 됐다.

하지만 매출 '1조 원' 고지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묵은 과제가 있다. '주인없는 회사'라는 점에서 회사 경영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 보니 리스크가 큰 신약개발이 적고 다국적 제약업체로부터 상품을 도입해 안정적인 매출만 올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도 그럴 것이 3분기까지 전체 매출액 중 상품판매 비중이 61%로 도입품목 의존도가 높다. 반면 연구개발(R&D)투자에는 뒷전이라는 평이다. 실제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5.7%로 한미약품(22.4%), 대웅제약(12.1%), 동아에스티(10.9%) 등 경쟁사들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보부상 노릇을 자처해 외형만 확장하고 있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유한양행의 낮은 R&D투자와 높은 도입품목 의존도는 약가인하와 정부규제정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회사 경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파생된다.

1969년 고 유일한 박사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유한양행은 줄곧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왔다. 문제는 전문경영인이 본질적으로 대리인이며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우선 유한양행 경영진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쳐 대규모 투자와 리스크가 수반되는 R&D투자에 총대를 매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외부 인력의 수혈을 통해 회사 내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혈통주의'를 강조하며 내부인사가 주로 경영진으로 발탁된 탓에 보수적인 기존 경영시스템과 전략이 유지될 뿐이다. 경영진의 견제 수단인 이사회와 주주 활동도 활발하지 않고 감시시스템도 애매하다. 최대주주인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은 큰 욕심 없이 매년 20억 원대의 배당금만 챙기는데 만족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입품목을 통해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에만 열을 올리는데 급급한 게 현실이다.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지만 그 의미가 퇴색하는 건 이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실적도 중요하지만, 5년 혹은 10년 이후를 생각하면 R&D투자와 신약개발을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경영진의 태도가 요구된다. 또한 경영진이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사회와 주주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견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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