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15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 2015'에서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펼쳤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 실적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지만,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15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폐막한 CES 2015에서 행사 주최인 전미가전협회(CEA)로부터 총 6개의 TV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105인치 벤더블 SUHD TV가 'CES 최고 혁신상'에 뽑혔으며, 110·88·85·82·65인치 TV로 각각 혁신상을 수상했다.

반면 LG전자는 65인치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TV와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TV 3종류를 통해 총 4개의 혁신상을 받는데 그쳤다. CES 수상 성적으로만 보면 삼성전자에 한 발 뒤진 셈이다.

하지만 증권가의 평가는 반대로 나타났다. CES를 참관하고 돌아온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LG전자의 TV 기술력과 혁신성이 삼성전자를 앞섰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애널리스트도 있으나,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LG전자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OLED TV에 돌아갈 것이란 분석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이번 CES 2015에서 삼성전자는 퀀텀닷 TV의 일종인 'SUH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 SUHD TV는 '압도적인(Spectacular)', '최고의(Superb)', '세련된(Stylish)', '스마트(Smart)' 등의 의미를 상징하는 'S'를 붙여 런칭한 삼성전자 프리미엄 TV 제품군의 새로운 브랜드명이다.

퀀텀닷 TV는 기존 LCD TV의 발전형 제품으로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을 필름 형태로 디스플레이에 부착해 만든 제품이다. 기존 LCD TV에 비해 색 재현력이 월등히 높아져 OLED TV에 맞먹는 화질을 얻을 수 있다.

O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통해 색을 표현한다. LCD TV에 비해 명암비가 높고 반응속도가 빨라 성능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다만 아직까지 LCD 패널에 비해 OLED 패널의 수율이 떨어져 제조원가가 높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퀀텀닷 TV에 대해 기존 LCD TV에 비해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제품이지만 TV 시장 주도권이 OLED TV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 잠시 시장을 이끌 과도기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 브라운관 TV에서 LCD TV 중심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잠시 시대를 풍미했던 PDP TV와 같은 존재라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CEA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SUHD라고 명명한 퀀텀닷 TV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며 "늘 그랬듯이 CES에서의 삼성전자는 감흥이 별로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퀀텀닷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과도기 디바이스로 어느 정도 틈새 시장을 형성할 것이지만 메인스트림이 될 순 없다"며 차세대 TV 시장의 주도권이 OLED TV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향후 약 2~3년간 퀀텀닷 TV의 판매 비중 증가가 예상되지만, TV 디스플레이는 결국 OLED로 발전할 것"이라며 퀀텀닷 TV를 과도기 제품으로 분류했다.

김록호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CES에 전시된 삼성전자 SUHD TV의 경우 타 제품과 비교시 색재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LG전자 OLED TV에 대해서는 "자체발광이기 때문에 백라이트유닛이 필요하지 않아 삼성전자 전시 제품과 달리 다양한 각도의 구현이 가능해 OLED의 우위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삼성전자의 SUHD TV는 명암비, 색재현성, 입체감, 두께,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OLED의 특성과 차이가 없다"며 "OLED TV의 마케팅적 가치가 단기적으로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LG전자의 OLED TV는 삼성전자 SUHD TV와의 차별 포인트가 부족함에도 가격은 높게 형성돼 있어 경쟁 열위에 놓여 있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평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