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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 쿠팡 vs '플렉서블' 티몬 오프라인 유통 채널 공략 위해 상반된 자금운용 전략 전개

권일운 기자공개 2015-06-10 09:19:24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5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켓몬스터가 7500만 달러(81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쿠팡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금액적 측면에서만 보면 티켓몬스터의 성과가 다소 빛이 바래 보이지만, 서로 전략적 방법론이 다르기에 조달한 자금 규모가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확실한 것은 쿠팡과 티켓몬스터 모두 공동구매 모델의 '소셜커머스'에서 벗어나 앞서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선보이려 한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 업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오픈마켓도 쿠팡과 티켓몬스터 사세 확장의 영향을 받겠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유통 채널이었던 대형 마트나 백화점 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해외 SPC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

쿠팡은 미국의 델라웨어주에 소재한 포워드벤처스(Foward Ventures LLC.)의 국내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다 2013년에야 국내에 법인을 설립했다. 델라웨어주는 미국에서 가장 친 기업적인 상법과 세법 등을 적용하는 까닭에 사실상의 조세피난처 경격을 띤다. 이런 이유로 거주 인구 수보다 등록 법인 수가 더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사세 확장이나 이에 필요한 투자 유치가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라 델라웨어주를 법인 설립지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덕분에 쿠팡은 대부분 자금을 미국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투자펀드(PEF)에서 유치했다.

쿠팡의 지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인이 설립한 알토스벤처스와 국내 벤처캐피탈인 IMM인베스트먼트 등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쿠팡 지분은 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역시 국내에 설립한 전문 투자법인(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본사 차원에서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창업자 신현성 대표가 미국 교포이긴 하지만, 법인은 국내에 설립했다. 창업 단계의 투자(엔젤투자)부터 2차 까지(시리즈 B)의 투자는 국내 벤처캐피탈로부터 받았다. 신 대표의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계 투자가와 접촉하기도 했지만, 국내에 사업적 기반을 뒀다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리빙소셜과 그루폰의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티켓몬스터의 지배구조도 쿠팡과 비슷해졌다. 미국에 세워진 '몬스터홀딩스'라는 SPC가 리빙소셜코리아 지분을 보유하고, 리빙소셜코리아가 티켓몬스터 지분을 전량 갖고 있는 상태다. 몬스터홀딩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티켓몬스터 인수합병(M&A)을 위해 설립했다.

몬스터홀딩스 설립은 △인수합병(M&A) 거래가 미국 현지에서 이뤄졌고 △KKR·앵커·파빌리온캐피탈·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 신현성 대표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으며 △구주 거래와 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 10억 달러 vs 7500만 달러...어떻게 쓸지의 승부

쿠팡과 티켓몬스터는 1개월 사이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티켓몬스터는 IT기반 벤처기업으로는 전례가 드물게 KKR이라는 글로벌 '톱 티어(Top-tier)'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쿠팡은 일본의 IT 공룡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라는 '랜드마크 급'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주도한 건 티켓몬스터다. 하지만 티켓몬스터는 리빙소셜과 그루폰 산하에 있던 동안 공격적 스탠스를 취하기보다 효율 극대화에만 매진했다. 이 기간 동안 쿠팡은 최대주주 변경 없이 지속적으로 외부 자금을 유치해 영향력을 강화했다.

그러는 동안 투자자들이 평가한 기업가치 측면에서 쿠팡은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소프트뱅크는 10억 달러를 들여 쿠팡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했다. 지분 100%의 가치를 50억 달러(5조 5000억 원)로 평가한 셈이다. KKR-앵커 컨소시엄이 평가한 티켓몬스터 지분 100% 가치는 7억 8200만 달러(8500억 원)다. 이 기업가치를 적용해 신규 공급한 자금은 7500만 달러다.

조달 자금 규모만 봐도 쿠팡이 완승을 거둘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2~3년 전처럼 비슷한 서비스를 내세운 업체들끼리 광고와 프로모션(판촉) 등 마케팅 활동으로 '점유율 따먹기'를 하던 환경이라면 쿠팡의 독식 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회사의 자본 활용 전략상 쿠팡 독주 체제가 갖춰지거나, 티켓몬스터의 사세가 꺾일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쿠팡은 모든 인프라를 직접 갖추겠다는 입장인 반면, 티켓몬스터는 IT시스템을 토대로 한 상거래 체계 구축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이 제시한 청사진은 제품 조달부터 배송까지 전자상거래 관련 서비스를 모두 '올인원(All-in-one)' 전략에 가깝다. 티켓몬스터는 직접 유형자산 형태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서비스나 인프라가 있다면 빌려 쓸수 있다는 논리다. 투입 비용 대비 효율만 놓고 본다면 티켓몬스터 쪽이 우세할 수 있다.

◇ 전자상거래 넘어 전통 유통채널 직접 겨냥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앞세운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핵심은 '가장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오픈마켓 업계는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 등 전통 유통채널을 보유한 기업들의 긴장감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유통이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던 결제나 배송, 교환 및 환불 등 소비자 편의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제시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최근 가장 역점을 기울이는 생필품 분야만 놓고 볼 때 이미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가진 영향력이 상당 부분 잠식당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주문이나 결제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고, 당일 또는 익일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면서 예전과 같은 '장보기'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소비자 민원 해소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보유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는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1조 1000억 원의 실탄을 추가 장전한 쿠팡의 대(對) 오프라인 유통 채널 영향력은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전통 유통 채널에서 부동산 기반의 자산(매장 등)을 제외한 모든 자산(제품 및 상품 재고자산, 물류 인프라)을 갖춘 상황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주문과 결제, 배송 편의성마저 제공한다는 게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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