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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美 출구전략', 산업 공동화 우려"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강현철 NH證 투자전략부장 "금리인상보다 '코리아 엑소더스' 경계해야"

박창현 기자/ 이경주 기자공개 2015-08-28 19:27: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7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달러 강세는 우리 경제에 축복이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호재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강세 기조는 과거와 달리 우리 경제에 장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산업시설의 대규모 해외 이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이드 인 베트남' 꼬리표가 달린 쏘나타를 타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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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에서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사진)은 27일 머니투데이 더벨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에서 "실물이 아닌 금융 이슈로 드라이브가 걸린 달러 강세 흐름이 한국 경제에 중장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환리스크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설비를 해외로 이전시키는 '코리아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현철 부장은 현재의 달러 강세 추이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글로벌 경기 호황이 미국 달러 강세를 이끌었지만 최근 달러 평가절상 결정 변수는 실물이 아닌 금융이다.

글로벌 경제의 바로미터인 '미국 경제'는 올 하반기 다시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GDP 성장률도 평균 수준인 2% 중후반 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임금 인상이 제한적이고, 저축률이 반등한 점을 감안할 때 소비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낮다. 미국 제조업 출하증가율과 산업 생산 역시 지난해 4분기 이후 꺾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미국 출구 전략 영향이 크다. 미국이 지난 2008년 이후 풀어놓은 자금을 다시 거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평가절상되고 있다.

강 부장은 "미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출구 전략 때문"이라며 "일부 실물 경제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과거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분명 오버슈팅((단기 급등락 현상)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금리 인상보다는 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 변동에 주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 인상 외에도 자산(국채) 매각을 통해 유동성 축소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내년 만기도래하는 미국 국채 자산만 216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국채는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연준이 국채 재투자를 중단하면 달러 자금이 회수되고, 결과적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이 아닌 금융 요인으로 인한 달러 강세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달러 강세가 일시적으로는 좋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을 고려하면 악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공동화현상(코리아 엑소더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출 비중이 높은 IT업종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유류비와 임차료 등 달러 비용 비중이 높은 항공 업종은 영업이익 감소와 외화환산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다음은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 발표 전문>

미국 경기가 굉장히 좋아서 달러가치가 오르는 것이라면 일정한 시차 뒤에 글로벌시장도 좋아지고, 우리나라도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가져간 부분도 있다.

따라서 실물 경기가 호전돼서 달러가 강세를 띄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하긴 할 건데 달러 강세가 어느 수준까지 갈 것인지 여부에 주목해야 된다.

올해 2분기까지만 보면 미국 성장률은 아주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조금씩 둔화되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향후 성장률은 1%대 까지는 떨어지지 않겠지만 2%대 초반이 될 것이다.

그나마 2분기 민간소비, 주택투자가 괜찮았는데 하반기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6월 주택가격이 역대 최고치가 나왔다. 미국은 민간수입의 40%가 임대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일정수준으로 올라가면 정부에서 가격을 누른다. 아마 하반기부터는 주택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봐야 한다.

기업들도 연초부터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사실 애플을 제외하면 굉장히 상황이 안 좋다. 삼성전자를 빼면 국내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듯 미국도 그렇다. IBM 은 실적 발표할 때 글로벌에서 매출 80~85%를 벌어들이는 데 달러 강세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훼손됐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실물경기를 웃돌아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이 생각보다 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구전략은 두 개의 스텝으로 진행될 것이다. 스텝 원은 기준금리 인상, 스텝 투는 국채 상환이다. 스텝 원은 신경 안 써도 된다. 스텝 투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내년 초에 조심해야 한다.

연준은 본래 지난해 10월 스텝 투부터 진행하려 했다. 국채 상환→기준금리 인상→자산 매각 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러시아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국채 상환에 나서기로 했다.

연준은 지금 4조5000억 달러 수준의 채권을 들고 있다. 평상시에는 1조 달러 수준이었는데 3조 5000억 달러 초과된 것이다. 이 정도면 미국 GDP의 절반에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연준은 금리도 올려야 하지만 진짜 해야 하는 건 국채 상환이다. 내년부터 보유채권의 만기가 대규모 돌아온다. 올해 보유증권 만기는 34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내년은 2160억 달러에 달한다. 이게 하필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이 사실을 아는 분들도 있는데 일각에서는 그동안 연준회의에서 언급된 적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이다. 내년 초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1986년, 1994년, 1999년, 2004년에도 각각 기준금리 인상은 있었지만 이번 출구전략이 그 당시와 다르다. 국채 매각이 동시에 진행된다.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과거 금리 인상은 평균 1년 반 정도수준으로 시차를 오래두고 천천히 인상했다. 금리는 대체로 300bp 정도 올라갔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내년 연말까지 사실 100bp도 안될 것으로 본다. 시중금리는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잡으면 내년 연말 쯤 3% 정도 될 거다. 지금 엄청나게 풀려있는 돈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달러가 강세다. 경기가 좋아서 달러가 강세면 우리나 수출기업한테 득이 될 수 있는데, 경기는 안 좋은데 미국이 생각보다 출구전략을 빠르게 진행해 주변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 기대치를 낮춰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화가 대표적인 예다. 공동화가 뭐냐면 자동차 같은 설비투자를 다 해외로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단순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득이 된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미국 등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가 약간 그런 컨셉을 잡고 있는데 좋지 않은 현상이다.

달러 강세가 되면 미국경기가 생각보다 점점 더 둔화될 것이다. 실제 미국 제조업 순 매출액은 올해 1분기에 크게 감소했다. 그나마 중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대안이라고 본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수출보다 내수 포지션을 높였다. 올해 11월 이후에는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IT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상승(평가절하)에 따라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공동화로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케미칼, 운송 산업도 5년 안에 중국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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