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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신평사' 긍정론 [thebell desk]

황철 기자공개 2015-08-31 10:04:24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8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저 3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신용평가시장에 새로운 와치 독(Watch Dogs)의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4 신평사 진입 논의가 다수 시장참가자의 요구와 금융당국의 동의 속에 불붙었다. FN가이드, 서울신용평가 등 몇몇 후보가 기다렸다는 듯 기치를 걸고 나섰다. 글로벌 신평사 S&P 역시 물밑에서 국내 시장 진입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규 신평사 진입 논의는 현재 평가업계의 느슨해진 시장 감시 기능에 대한 회의와 환멸에서 시작했다. 뒷북 평정, 붕어빵 식 등급 결정, 신용 인플레이션 등 평가사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웅진·동양사태 등 일련의 크레딧 이벤트와 금융당국의 대대적 감사 이후 평가사 스스로 다양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성과는 미진했고 불신의 골이 너무 깊었다. 결국 시장에서는 평가업계 정화를 위한 보다 확실한 기폭제를 원했다. 제4 신평사 진입 이슈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논의 초반부터 자본시장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신규 신평사 도입은 새로운 플레이어 하나가 시장에 진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잘만 된다면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일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는 1980년대 중반 직접금융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탄생했다.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한 태생적 한계로 신용평가의 생명이라 할 독립성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했다.

평가 과정에서 정책적 개입이 수시로 발생했고 이를 의식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시장의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들쳐내야 할 신평사가 오히려 충격을 우려해 늑장대응하다 혼란을 키운 경우도 다반사였다. 철옹성처럼 굳어진 독과점 체제에 길들여진 기존 평가사가 보여 온 무사안일의 배경 중 하나가 정책당국과의 질긴 연결고리였다.

시장은 결국 이 같은 구도를 타파할 좀 더 파격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신평사의 진입으로 중지를 모아갔다. 물론 일각에서는 신규 신평사 진입을 두고 △역량 부족에 따른 업계 전반의 신뢰도 저하, △등급쇼핑 등 악습 재현 △경쟁 격화에 따른 선진화 동력 저하 등의 우려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제4 신평사 논의가 기존 평가서비스에 대한 불만 혹은 불신에서 시작한 만큼 설득력을 갖기에는 다소 궁색한 측면이 있다. 다양한 자본시장 참가자와 기존 신용평가사 내부에서조차 새로운 신평사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옹호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결국 남은 것은 제4, 제5의 신평사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메기'로 성장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현재 언급되고 있는 후보들이 잠재력을 현실로 바꿀 만한 혁신적 사고와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현재 신평업계의 견고한 과점 체제에 진입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인가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회다. 그러나 아직은 당국의 태도가 답답하기만 하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신평사 탄생의 대의에 동의하면서도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보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인상이 강하다. 몇몇 후보가 거론될 때마다 적격성을 두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제4 신평사 논의의 주체로 나섰지만 사실상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신용평가가 안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 FN가이드의 미미한 역량을 들어 '아직은 가능성조차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대주주의 평판과 평가 역량은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신평사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임에 분명하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신용평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서울신용평가나 FN가이드 모두 단점을 보완할 저력을 갖추고 있다. 서신평은 오랜 평가 경험을 갖춘 준비된 사수로 통한다. FN가이드는 자본시장과의 프로토콜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평사로 도약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진입이 적어도 1~2년 후에나 성사할 사안인 만큼 가능성을 현실로 바꿀 시간은 주어져 있다.

당국이 인가 요건을 완화하고, 기대에 찬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생각 외로 빠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제4. 제5 신평사에 요구하는 역량이나 공신력을 쌓을 시간도 그만큼 단축된다.

새로운 플레이어에 대한 판단을 시장에 맡겨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점유율도 없는 신규 신평사가 악습을 되풀이한다면 그 단죄는 자연 도태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수년 전부터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당국의 입만 쳐다보다 차일피일 미뤄진 독자신용등급 도입 논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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