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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신용평가 타파, 기폭제가 필요하다 [제4신평사 설립]①후발주자 한계 뚜렷, 차별화 관건…경쟁촉진 넘어 윈윈 기대

황철 기자공개 2015-08-13 16:14:54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1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4 종합신용평가사 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용평가, FN가이드가 초기 단계지만 내부적으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도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수면 아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후보군 모두 관련 인프라 구축, 평판 제고, 의사결정의 구조적 문제 등 숱한 한계를 갖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의 설립 인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국내 신용평가산업에 대한 개선 논의가 불붙었고, 그 중심에 제4의 신평사의 탄생이 화두로 떠오른 것 만은 분명하다. 그 배경에서 기존 신용평가 3사의 경직된 태도에 대한 실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규 신용평가사 진입은 시간의 문제일 뿐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 과정이라는 주장이 점점 세를 얻고 있다.

◇ 신규 평가사 진입, 선진화 위한 필수 과제로 부각

새로운 신용평가사 진입 논의의 당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평가업계의 현주소를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지난 30여 년 간 메이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가 철옹성 같은 독과점체제를 형성해 왔다. 1980년대 중반, 직접금융시장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탄생해 정부의 보호 아래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같은 태생적 한계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혁신'보다는 '경직된 질서'를 강조하는 구조를 고착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이뤄졌지만 국내의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기업 친화적 평정으로 등급인플레이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회사채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신용평가업의 중요성과 위상이 올랐지만 개혁에 대한 노력은 지지부진했다. 그 사이 건설 PF 부실, 동양사태 등과 같은 실기가 이어졌다.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시장 자율이 아닌 법적으로 보장해 준 복수평가제 역시 옳고 그름을 떠나 부작용을 키웠다. 이를 통해 메이저 3사는 안정적 지위를 보장 받으며 시장을 삼등분해 탄탄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발행자 의뢰 평가(Issuer Pay Model)가 기본인 시장에서 기존 신용평가사의 친기업적 성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신용평가사는 개혁의 필요를 스스로 절감하지 못했다. 시장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기업 신용 이슈나 리스크에 미온적이거나 지나치게 신중한 경우가 많았다. 시장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할 신용평가사가 오히려 충격을 앞서서 걱정하는 인상도 강했다.

그간 뒷북 평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주된 이유다. 주요한 정보 이용자인 투자자나 증권업계 등과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

반면 글로벌 신용평가업계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도 높은 혁신 작업에 나섰다. 글로벌 평가사 스스로가 다양한 이슈 메이커로 자리 잡기 위해 분명한 평가논리를 세우고 시장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했다.

시장 충격을 우려하기 보다는 기존 등급 체계에 구애받지 않고 논리에 따른 명확한 평정 태도를 유지하려 했다.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스스로가 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글로벌 평가사의 반성과 노력이 작용한 결과였지만 그 기저에는 신규 평가사 진입 확대를 통한 경쟁 촉진도 한몫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미국 공인신용평가회사(NRSRO)는 2008년 전후 10개사 이상으로 늘었고 점유율 또한 2007년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 신규 진입, 차별화 통한 시장 개혁 기폭제될까

국내에서 제4 신용평가사 등장을 지지하는 시장참가자의 주된 논거 또한 이와 일맥상통한다. 평가사 간의 경쟁 촉진을 통해 폐쇄적이고 경직화한 신평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

신규 진입 신평사의 경우 당장 기존 3사와 맞대결을 벌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평가모형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기존 3사가 접근하지 않았던 투자자 의뢰 평가 등을 추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평가영역에서 상호 대결 구도보다는 당분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갈 여지도 충분히 있다는 분석.

이 자체가 정보 이용자 측면에서는 신용평가의 선진화로 비춰질 수 있다. 차별화된 보고서나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을 촉진할 동력이 될 만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독과점 구조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이슈 제기와 시장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접근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신용평가사 설립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라며 "결국 신규 진입한 신평사가 어떤 마인드로 접근해 기존 3사와 차별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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