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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대신F&I 양강 체제…파이는 '분산' [한국의 NPL시장]⑥운용사·외국계·소형 투자자 등 치열한 경쟁…신규 투자자 진입

강예지 기자/ 김일권 기자공개 2015-12-04 17:07:13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7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여 간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 시장에는 다양한 투자자가 등장해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연합자산관리(UAMCO·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F&I)의 2강 체제는 유지됐지만 자산운용사와 외국계 투자자, 소형 투자자 등이 진입해 투자자 저변이 넓어졌다.

과열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나타났지만 신생 투자자의 진입은 계속되고 있으며 시장을 눈여겨보는 잠재 투자자도 다수다.

2013년, 신예 투자자 대거 등장

유암코는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대신에프앤아이는 2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암코의 점유율은 37.7%, 대신에프앤아이는 15.4%를 기록했다. 2009년 6개 시중 은행의 출자로 설립된 유암코는 매분기 진행되는 거의 모든 경매에 참여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대신에프앤아이의 전신은 우리에프앤아이다. 2001년 우리금융그룹의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할 목적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대신증권에 인수됐다. 설립 15년차를 맞이한 대신에프앤아이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투자·자산관리 노하우와 전문인력 등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리먼브라더스와 일본 신세이은행 등과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3년은 명실상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도 긴장하게 했다. 유암코의 당시 점유율은 31.3%, 대신에프앤아이는 21.2%를 기록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간 물량은 6조 원에 채 못 미쳤지만 새로운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크고 작은 파이를 나눠 가진 투자자가 15곳에 달했다. 특히 현대캐피탈과 지지에셋(GG Asset), SBI저축은행, 오릭스 등 500억 원 미만의 소액투자자가 9곳이었다.

◇ 유진·파인트리·마이애셋·KB·미래에셋 등 열전

자산운용사의 부실채권 시장 진입은 최근 수년간 계속됐다. 이들의 시장 진출을 이끈 것은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2009년 대체투자의 일환으로 부실채권 투자를 결정했고 우리에프앤아이·유진자산운용 컨소시엄과 파인트리자산운용사를 부실채권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각각의 컨소시엄에 3000억 원씩 총 6000억 원을 집행했다. 유진자산운용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금도 국민연금 부실채권 펀드 위탁운용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파인트리자산운용의 성공적인 안착 이후 부실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산운용사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빠른 출발을 보인 곳은 강상규 대표의 마이애셋자산운용이다. 국내 부실채권 투자 1세대로 꼽히는 강 대표가 마이애셋자산운용을 인수한 뒤 처음 시작한 것은 자산관리 업무였다. 이후 투자운용본부를 만들고 첫 펀드를 설정한 것이 2012년이다. 지금은 누적 설정액 6000억 원 이상으로 연기금 주간운용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투자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투자부터 자산회수까지 일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마이애셋자산운용이 유일하다.

KB자산운용은 이보다 조금 늦은 2013년 하반기 부실채권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설정해 운용하고 있는 펀드 규모는 4700억 원으로, 연기금 위탁운용사를 제외하고 잔고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크다. 설정액 중 60% 정도를 소진했다.

가장 최근 시장에 진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설정했다. 이미 절반 이상을 소진하고 내년에는 두 번째 펀드를 모집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일반담보부 시장에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싱글에셋 등 다양한 구조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키움투자자산운용과 AV자산운용 등이 부실채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NPL운용본부를 신설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선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日 신세이뱅크, 사업 10여 년만에 철수

외국 투자자로서는 드물게 오랜 기간 꾸준히 점유율을 올린 신세이뱅크는 올해 초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접었다. 신세이뱅크의 철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수익성 악화와 치열한 투자 경쟁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긴 SBI저축은행은 부실채권 투자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BI저축은행은 1조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받고 활발한 투자활동을 펼쳤고, 지난해 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로 올라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본업인 중소기업과 서민 여신에 집중하면서 올해는 지난해만큼 적극 입찰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토종 투자자보다 먼저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쉽게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실채권 투자·관리에 일정 인력이 투입되고 실사 등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펀딩 코스트가 큰 부담이다. 회사채 발행으로 저렴한 비용에 자금을 조달하는 유암코나 대신에프앤아이 등과 비교해 제약이 따른다. 이때문에 내부 요구수익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사 등에 최소 1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고, 2%대의 낮은 금리에 조달하는 일부 투자자들과 비교해 조달비용도 상당히 비싸다"며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 낙찰되기 쉽지 않고, 자산을 인수해도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시장은 최근 3년여 간 레드오션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의 시장 철수 그리고 수의계약 등으로 눈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파인트리자산운용과 화인파트너스 등 오랜 경험을 쌓았어도 숨을 고르며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도 다수다. 1금융권의 담보부 시장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틈새시장'으로 불리는 채무조정채권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신규 투자자가 끊이지 않고 진입하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사이러스캐피탈은 올해 산업은행 부실채권 인수로 아시아에 첫 투자를 집행했다. 사이러스캐피탈이 전세계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은 4조 원 상당이다.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풀(pool) 규모가 상당한 특별채권을 타깃하는 점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비중을 한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체투자단을 만든 우리종금증권, 여러 시도 끝에 올해 낙찰에 성공한 OK저축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신생 투자자에 속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AV자산운용도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외 채무조정채권 시장에 펀딩을 제공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도 내년에는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 입찰경매에 참여할 계획이다.

투자자 풀이 다양해진 가운데 최근 들어 투자자의 딜 선택이 까다로워진 점은 또다른 특징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자산을 살펴본 뒤 내부적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응찰하지 않는 식이다. 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 등 특정 투자자의 동향이 입찰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경매 건별로 참여하는 투자자의 수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딜마다 응찰하는 경쟁자 수가 줄어 경쟁률이 낮아졌다 해도 여전히 쉽지가 않다"며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투자자가 편안하게 입찰하는 시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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