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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장재터널 개통…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⑤세월호 사태 이후 침체일로…강남상권 흡수 우려도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07 16:22:02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1월 30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수역 14번 출구를 나오면 12층 규모의 경원빌딩이 있다. 이수상권에서 나름 고층빌딩에 속하지만 8~9층은 1년째 비어있다. 1년 전만 해도 수노래방이 있었지만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나갔다. 이곳은 보증금 1억 원에 월 임대료가 3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400만원 이상이 나간다. 장사가 그만큼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수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방증이다.

◇화장품 매장, 절반 이상 사라져

넓어진 길
이수상권의 메인길. 14년 전 이 길의 너비가 1m 이상 넓어지면서 이수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수상권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4년 전이다. 경원빌딩 우측에서 시작해 사당2동 주민센터까지 200m에 달하는 골목길의 너비가 1m 이상 넓어지면서 부터다. 도로 양측으로 자동차 이동이 가능해졌고 유동인구도 늘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러분 공인중개사 윤금숙 대표는 "길이 넓어지기 이전에는 가게 권리금도 없었을 정도로 상권이 미약했다"고 말했다. 3~4년 전에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에는 줄서서 먹는 맛 집이 5곳 이상이었다고 한다.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는 이수상권을 침체시켰다. 서민상권의 특성상 경기불황은 직격탄이 됐다. 이수역에서 배후 아파트 단지로 올라가는 두 개의 길에는 화장품 브랜드가 꽤 많았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높은 임대료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줄서서 먹는 맛 집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1년 전부터는 2층에 위치한 가게 장사가 안 되면서 권리금도 하락했다. 1층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유민준 부동산팀장은 "이수상권은 이미 강남과 반포 센트럴시티, 홍대, 서래마을 상권 등에 잠식당하면서 과거에 비해 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유일한 로컬백화점인 태평백화점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태평백화점은 이수역 1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지난 24일 찾아갔을 당시, 지하 1층 식품매장은 남성시장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5층으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더욱 뜸해졌다. 이수상권 상인은 "주변에 대형 백화점이 없고 입지조건이 좋아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됐지만 최근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치가 좋아 대형 유통업체들이 태평백화점에 인수 제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백화점
태평백화점 정문 입구.

◇장재터널 개통, 강남까지 20분 단축

이수상권 상인들에게 경기불황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장재터널이다. 7호선 내방역에서 2호선 서초역을 잇는 터널로 지난 10월말 착공했다. 완공 예정일은 2019년 2월이다. 왕복 6차로에 폭이 2.4m이며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가 설치된다. 길이는 터널 355m 포함해 1280m다. 1648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초구와 동작구의 숙원사업으로 1978년 도시계획시설 도로 결정 이후 37년 만에 성사됐다.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터널이 완공되면 내방역에서 서초역까지 승용차로 걸리는 시간이 20분 이상 단축된다. 유민준 팀장은 "강남과의 거리가 단축되면서 이수상권 배후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은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미 장재터널 주변 동작구 아파트 가격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다만 이수상권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강남상권에 일부 흡수되면서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상권 상인들은 장재터널 개통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금숙 대표는 "이미 젊은 사람들 중 일부가 강남상권으로 빠지면서 이수상권의 먹자골목이 타격을 입었다"며 "장재터널이 뚫리면 젊은 층의 유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반면 이수상권의 물가가 싸기 때문에 강남 주부들이 이곳으로 장을 보러 올 가능성도 있다"며 "남성시장 상권은 오히려 더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배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이수상권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장재터널이 뚫린 경우 이수상권이 타격을 입겠지만 배후 세대가 워낙 많고 탄탄하기 때문에 유지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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