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03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도 시행 첫 날 3시간 만에 나온 '펀딩 1호' 기업. 이튿날 추가된 펀딩 성공 업체만 3곳. 혹시나 했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도 우려를 씻어내고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호황을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인가.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기성 금융 생태계에서 갈증을 느꼈던 이들의 작품이다. 2012년 미국에서 제정된 'JOBS Act'와 영국 금융규제청의 법제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세를 간파하고 크라우드펀딩의 미래를 믿었던 사람들 말이다. 번듯한 금융회사를 퇴사한 두세 사람이 모여 작은 연구소를 꾸리고, 돈이 안 되는 해외 시장 리서치와 기부형 펀딩 사업에 매달리며 밤을 지새웠다.
긴 기다림 끝에 이제서야 개인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제대로 매칭하는 시장이 열렸지만 다들 찜찜한 게 있는 눈치다. 뜻밖에도 고민은 쉴새없이 걸려오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전화에 있었다. 금융 당국에서 대수롭지 않은 전화 몇 통을 넣었나 싶었지만 정해진 시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펀딩 현황을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자 고개를 젓게 됐다.
금융 당국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에 지도 편달의 '한수'를 두려 했다면 방향을 한참 잘못잡았다. 정부 부처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를 벌이지도 못했을 무렵부터 '내핍 경영'과 '시장 경쟁'을 통해 생존해온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혹시 무분별한 영업을 방지하기 위한 시도였다면 우려를 덜었으면 한다.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규제가 엄격하기로 손에 꼽히는 자본시장법의 틀에 맞춰 법적 프로세스가 짜여져 있다. 투자권유와 자체투자 금지, 광고 제한 등으로 이미 과도하다 여길 만큼 제재를 받고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참고 자료가 득달같은 전화의 이유일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14시 30분 현재…, 투자된 금액은 약 4억 원이며 약 7만여 건 접속"이라는 코멘트 한줄을 위해 치러야 하는 시장의 비용이 예상보다 큰 것 같다.
정답이 '행정 편의주의'이든지 '보여주기식 행정'이든지 간에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에 통제와 감독이라는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건 매한가지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관료들의 과도한 간섭에 압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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