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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證 '퇴직연금 랩' 수상한 독점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6-02-11 10:35: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5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도 이 상품을 출시해 놓은 상태지만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타 증권사들은 아예 출시 엄두도 못낸다. 이유는 단 한가지. 랩 수수료에 대한 비용처리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

퇴직연금 랩 상품은 수수료를 비용으로 처리해 계좌에서 출금할 수 있는지, 랩 수수료까지 세제혜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등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국으로부터 세금 환급 등 행정조치를 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입고객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랩 상품을 판매는 물론 출시조차 꺼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법무팀 등이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계당국을 찾아다니며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상품 출시를 포기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초 출시 금융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따라 호기롭게 상품을 내놨던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도 이제는 고객에게 권유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당당하다. 출시 당시인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직접 받아놓은 답변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부는 "랩어카운트는 근퇴법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간접투자자산운용법(현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임계약(랩어카운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노동부는 퇴직연금 랩에 많은 문제점이 내포 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 내놓은 모호한 답변으로 랩 수수료 등의 문제까지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이라는 제도에서 랩어카운트를 막무가내로 활용하기에는 불완전 판매와 투자자 손실 우려도 크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제도에 랩을 씌울 수 있는지, 구조 자체부터 이상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당국은 한 목소리로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랩을 수상히 여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직접 나서 이를 손보려 하지 않고 있다. 이 상품에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퇴직연금 주무부처는 노동부, 금융상품 소관은 금융위원회, 세금문제는 기획재정부. 이렇게 세 곳의 부처가 협의를 해야 결론이 나는데 서로 눈치만 보고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래에셋증권이 이미 6000억 원이나 판매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이를 부정해 버리기도 쉽지 않다.

속타는 건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금융회사들. 결국 모두 퇴직연금 랩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이들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랩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산관리 전문회사라는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안에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불분명한 부분을 리스크로 그대로 떠안고 상품을 내놓고 판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당국이 퇴직연금 랩에 대한 문제를 손놓아 버리면서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랩 시장을 독점하도록 부추긴 셈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상품을 외면하고 그대로 운용되도록 그냥 놔두는 것은 당국의 직무유기다. 더욱이 그 결과 특정회사가 간접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입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미래에셋증권이나, 그런 미래에셋증권을 그저 눈감아 주고 있는 당국이나 퇴직연금 100조 시대에 참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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