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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Way' 배지 단 재일동포 주주 [thebell note]

한희연 기자공개 2016-03-30 10:04:2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8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4일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직후, 한 재일동포 주주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관서 지방 사투리가 섞인 일본어를 쓰는 이 주주에게 함께 탄 주변인들은 시종일관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답변을 했다.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인 듯 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을 때 그의 양복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신한WAY' 배지였다.

회사 배지는 통상 임직원들이 패용한다. 주주가 이를 패용하고 주총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신한WAY' 배지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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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신한금융그룹 임직원들이 착용했던 '신한WAY' 배지
'신한Way' 배지는 신한금융그룹 전 계열사 직원들이 지난 2010년 한시적으로 착용했다.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2002년 새로운 CI를 발표한 이후 원형 모양에 위 아래로 비둘기와 새싹이 새겨진 배지를 착용해 왔다.

2010년 3월 신한금융은 고객중심, 최고지향, 상호존중, 변화주도, 주인정신 등 새로운 기업문화를 선포하며 배지도 바꿨다. 직원 200여 명의 작은 은행이 2만 여 임직원이 일하는 금융그룹으로 커지면서, 주인정신이 예전만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던 때다. 마침 2010년은 라응찬 전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였다. 라 회장의 순탄한 임기 종료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한금융은 연초부터 배지를 바꿔가며 신한웨이를 강조, 내부 기강 확립 의지를 내비쳤다.

안타깝게도 라 전 회장은 2010년 9월 신상훈 지주 사장과 이백순 은행장 등 경영진간 불거진 '신한사태'를 겪으며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내분이 한창 진행중이던 2010년 9월 중순 신한은행 노조는 "신한정신은 금번 사태를 통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신한Way 배지를 가슴에서 잠시 내려놓자. 신한인임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신한정신을 망각한 경영진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모두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신한금융 최고경영자 3인 모두가 개인의 명예와 영욕을 접고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예전의 자랑스럽던 선배로 돌아와 우리의 가슴에 다시 새로운 '신한Way 배지'를 달아 줄 것을 당당히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한WAY 배지는 신한사태 이후 직원들의 가슴에서 사라졌다.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전 원형의 배지를 착용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지난 2011년 취임 이후 과거 신한사태의 흔적을 지우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한 회장이 의장으로 이끄는 마지막 주총은 매끄럽게 끝났다. 남궁훈 사외이사를 비상임이사로 사실상 연임시키고, 신한사태와 연루된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해 주총 전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안건은 이견 없이 모두 통과됐다.

한 회장은 이사회 멤버 관련 논란에 대해 "저도 일하는 게 원칙주의자고,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남궁 이사는 굉장히 깐깐하신 분인데 경륜을 발휘해 원숙한 경험을 잘 전달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신임 재일 사외이사들 또한 넓게 보면 신한사태의 피해자인데 이미 사추위에서 충분히 검증했고 편파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임기 내 마지막 주총인데 식전 영상을 봤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마무리가 잘못되면 지난 5년이 다 잘못되는 것을 잘 알기에,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마무리를 향해 달려나가겠다"고 밝혔다.

후계자 선정은 한 회장의 남은 임기중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회장 후보 누구는 라응찬 라인이니, 신상훈 라인이니 하는 입방아가 나오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났어도 신한사태의 망령은 여전히 호시탐탐 등장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5년 간 한 회장이 보여준 '원칙'대로라면, 후계자 선정도 사사로움이 개입되지 않고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다. '신한WAY' 배지로 대변된 신한금융 주주의 자긍심이 이번에는 지켜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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