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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배신한 대우조선해양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27 09:05: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4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저가 수주가 도를 넘어섰다."

조선업 패러다임이 상선 건조에서 해양 플랜트로 넘어가던 2013년 경으로 기억한다. 대우조선 경쟁사들을 만날 때면 하나같이 격양된 목소리로 이 같은 하소연을 했다. 워낙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때라 '잘나가는' 대우조선을 시기하는 푸념 정도로 받아들였다.

실제 수주 성적표가 나온 2014년,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대우조선만이 영업이익을 냈다. 대우조선의 빼어난 실적은 저가 수주가 아닌 기술력과 영업력의 승리로 포장됐다

하지만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려졌던 대우조선의 민낯을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 초 분식 회계 논란이 불거졌고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 2년 간 실적을 수정했다. 그 결과 9100억 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이 1조 5200억 원 손실로 바뀌었다.

단순한 실적 정정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업계에 미친 파장은 엄청나다. 저가 수주 이슈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실제 저가 수주를 주도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첨예한 수주 경쟁 상황에서 믿기 힘든 가격을 제시하고, 거기다 이익까지 내는 업체가 있다면 경쟁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답은 간단하다.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그 가격에 맞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시장 경제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그 마진을 맞추는 업체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다. 더 나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 같은 부실을 은폐했다는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우조선은 오랜 기간 채권단 대주주를 모셨다. 과거 호실적에 취한 탓에 채권단은 대주주로서의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장밋빛 전망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성과급 잔치도 눈감아 줬다.

이런 사이 대우조선은 주식회사로서의 본분도 망각한다. 본질적인 주주 가치를 높이기 보다는 당장 눈앞의 실적에 집중했다. 최고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숫자에 더욱 집착했다. 이런 평가 시스템 하에서는 그 누구도 '배신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3년 간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망하지 않았다. 위기 때마다 채권단이 자금을 새로 수혈해줬기 때문이다. 그 동안 쏟아부은 공적 자금만 7조 원이 넘는다. 적자를, 아니 적자를 숨기는 것 조차 두려워하지 않은 기업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시장을 교란시킨다. 시장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임직원들을 고통에 빠뜨린다. 반드시 배신의 대가를 치루게 해야 한다. 그것 또한 시장 경제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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