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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관은 이탈리아 은행, 국내시장 시사점은 [크레딧 애널의 수다]③NPL 비율 심각한 수준, '베일인' 두고 EU와 줄다리기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8-03 08:36: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9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증권가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특히 주가 지수가 급락하자 기업공개(IPO) 시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었다.

브렉시트에 이은 또 한번의 충격이 있을까.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공통적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럽지역,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은행권 부실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 만약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다면 시작점은 이탈리아라는 데 전원이 의견을 같이 했다. 어떤 문제가 가장 큰가?

B :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15%를 넘는다. 수치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스 은행권의 상황도 좋지 않지만 브렉시트 투표 직후 이탈리아 은행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관심이 이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은 시에나 은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상징적이다.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은행은 1472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이 은행의 NPL 규모는 469억 유로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은 2018년까지 NPL 규모를 145억 유로로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이탈리아 전체 은행권의 NPL 규모는 3600억 유로 상당으로 추산된다. 이 중 850억 유로는 부실 처리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탈리아 NPL 문제를 글로벌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으로 꼽은 바 있다.)

A : 29일 유럽연합(EU)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게 되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 파산 가능성 이야기도 나온다.

B : 이탈리아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형 은행이 많아서 합병을 통한 대형화도 쉽지 않다. 이권이 얽혀 있어서다.

C : 아직 투자자들을 납득시킬만한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해서 반토막 난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B : 이탈리아 정부로서는 베일아웃(Bail-out)이 시급하지만 베일 인(Bail-in, 채권자 손실부담제도)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은행 부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10만 유로 이상 투자자가 우선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 제도가 시행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400억 유로의 정부 재정으로 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베일인을 일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EU는 거부했다.)

C : 이탈리아 정부가 채권자에 손실을 넘길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는 특이하게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주식처럼 개인이 채권 투자로 돈을 굴리는 것이다. 베일인 규정이 시행되면 수백만명의 개인투자자가 엮이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채권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이슈도 있다.

사회 : 한국 은행권의 위험요소는 어느 정도로 보는가? 베일인 이슈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C : 일단 한국 은행들은 하이리스크 비즈니스 자산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그것이 문제점으로 꼽힐 정도다. 또 한국은 적극적인 베일아웃을 해왔던 나라다. 세계적인 추세가 베일아웃에 우선하는 베일인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유럽 은행권의 부실 해결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B : IMF 금융위기 때 은행의 주인이 바뀌어도 망한 은행은 없다. 합병시키거나 정부 소유가 되는 식으로 정리했는데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베일인은 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해서 필요한 제도다.

A : 월가도 마찬가지였다. 고수익 하이리스크 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잔뜩 팔아서 떼돈을 벌고 망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여전히 잘산다는 인식이 퍼졌다. 집값이 폭락해서 대다수의 국민은 고통에 빠졌는데 말이다. 미국은 은행과 증권업이 분리돼 있지 않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가 동일 라이선스로 은행과 IB업무를 다 할 수 있다. 은행과 IB가 분리된 나라보다, 은행이 망가지면 여파가 더 크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B : 모럴 해저드 외에도 베일아웃의 또다른 문제점은 관치다. 베일아웃의 대가가 관치라는 것이다. 평상시에 은행이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도와준다는 식이다. 그런 틀에서 한국 은행업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베일인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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