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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 금융을 읽다 '왕좌의 게임'이 준 교훈 [크레딧 애널의 수다]④폭정의 악순환, 세계경제에 그대로…"양적완화는 실패, 답은 소득재분배"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8-03 09:36: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9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미드(미국 드라마)'에서도 세계 경제를 읽는다. 화제는 어느덧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옮아갔다. 극중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여왕은 폭정을 벌인 아버지가 살해당하자 쫓겨났다가 세력을 규합해 돌아온다. 아버지의 왕좌를 되찾는데 성공한 여왕은 피바람을 예고한다. 이에 참모 티리온은 묻는다. "당신의 아버지가 폭정으로 살해 당했는데 같은 길을 갈 것인가. 모조리 죽여버리면 누구와 함께 누구를 통치할 것인가".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A : 치어를 살려둬야 고기를 잡는다. 참모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기편을 늘리는 전략을 제시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착화된 불평등으로 수요가 생기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다.

B : 최근 경제학계는 금융위기 후 지속한 버냉키의 양적완화가 실패작이었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채무를 미래세대로 넘기는 것에 불과했다.

A : '돈을 풀어서 10년만 버텨보자, 자산가격을 유지해놓으면 경기가 살아날 거다'라는 믿음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경제가 일정 수준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가정 자체가 틀린 것으로 결론났다.

C : 구조적인 저성장, 감가상각만큼의 성장률만 겨우 나오는 상태가 고착화된 것이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가공할만한 신과학기술의 개발이 아니고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저성장에 적응해야 할 시기다. 각국 정부는 기존의 시간 벌기 수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 : 일본이 50년 국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그 예다. 일본 재무성이 부인하기는 했지만, 초저금리 상황인 점을 이용해 조만간 발행이 결정될 것 같다.
(※일본 정부가 국채 50년물을 발행하게 되면 이는 2차 대전 이후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최장기물 국채다. 27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행 검토 소식을 보도하자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닛케이 지수는 1.7%포인트 상승 마감했다.)

A : 어떤 형태로든 양적완화를 계속하겠다는 시그널을 보이는 것이다. 50년 국채는 재정부담을 그만큼 미래로 이연시키는 것이다.

C : 양적완화는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 얼마전 이주열 총재도 '통화 정책은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통화 정책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벌어줄 뿐이고 과도한 완화정책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저성장과 관련해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 구조조정 정책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B : 한국 건설시장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수요로 건축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이 올때까지 시간을 늦추는 것이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이 아니다. 수요를 창출하려면 소득 재분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C : 수많은 정책들이 나왔지만 평범한 대다수 사람들의 가처분 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하지 못 했다. 양적완화 정책이 크게 봐서 세계경제에 도움이 된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과격한 반응이 브렉시트다. 영국에 만연한 이민자에 대한 혐오, 될 대로 되란 식의 브렉시트 투표는 불평등에 기인한다.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 중 저학력 저소득층이 많다. 이들은 종잣돈이 없으니 투자를 못하고, 투자를 못하니까 보유 자산도 없다. 소득에만 의존하는데 일자리를 두고 자신과 경쟁할 몸값 싼 이민자가 들어오니까 불안해지는 거다. 이민자를 미워하는 정서, 이민자가 홧김에 사고를 일으키는 사건도 발생하게 된다.

A : 소득 사다리 아래에 있는 사람끼리 싸우는 거다. 기업 입장에선 싸게 일할 사람이 잔뜩 들어오는데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 여력을 확보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결정이 필요한데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그런 부담을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회 : 왕좌의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복수의 칼을 갈고 돌아와 왕좌를 되찾은 여왕은 사실 아버지의 폭정 때문에 나라 밖으로 쫓겨났던 거다. 당장 권력을 쥐고 흔들기 위해 했던 선택들이 자신과 딸을 망쳤고, 딸은 그런 선택을 반복하려 했다. 이 고리를 끊는 참모의 존재가 현실에서도 필요하다.

C : 악순환의 반복을 깨달아야 한다.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영국 저소득층의 삶이 자신보다 가난한 폴란드 이주민 가족 때문인지, 영국의 금융경제 시스템이 망가져서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A : 분배 시스템이 고장난 거대자본의 문제다. 자본의 문제이지 사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평등의 끝은 전쟁이거나 반란이었다. 반란도 결국은 폭정으로 마무리 됐다는 면에서 씁쓸한 역사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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