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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사 먹는 시대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6-08-16 13:28:33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2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낮 기온 36도를 넘는 폭염. 더워도 너무 덥다. 가뜩이나 더운데 미세 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을 보고 있자니 질식할 것 같다. 솜사탕을 뜯어놓은 듯 뭉게구름이 둥둥 떠있는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만 대기 오염이 심각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휴가철 다녀왔던 산골이나 바닷가 마을도 뿌연 하늘 아래에 있었다. 수평선은 온데간데 없었고, 하늘과 산자락의 경계는 불분명했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을 종종 봤는데, 미세 먼지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회색지대로 만들고 있다.

미세 먼지는 석탄이나 유류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 먼지와 결합해 생산된다. 대기오염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까지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한다.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16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는게 국제환경보호단체의 주장이다.

그간 미세 먼지는 중국발 오염 물질이나 황사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발표했듯이 경유차나 공장, 발전소 등 국내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고등어 구이를 지목하기도 했지만, 그건 코미디에 가깝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국립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6월 5일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충남의 당진 보령 태안 서천 지역 대기 아황산 가스를 측정한 결과 0.004~0.011ppm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전국에 53기, 이중 절반에 가까운 발전소가 충청 지역에 몰려있다. 이 수치는 같은 시간대 서울 상공에서 측정한 아황산가스(0.005ppm)보다 약 2배 이상 높았다.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의 상당량이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포함한 내륙으로 날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 비중은 2015년 기준 33.6%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화력발전소 24기를 더 지을 계획이다. 액화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돈이 적게 들기때문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미세 먼지 대책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해답은 뻔하다. 경유차 비중을 줄이고, 유럽이나 미국처럼 천연가스나 풍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높여 석탄화력발전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비교적 싼값에 제공되고 있는 전기 요금이 문제다.

2016년 5월 기준 천연가스 발전의 연료비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73.9원으로, 원자력(5.5원/KWh)이나 석탄(유연탄 기준 34.9원/KWh)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체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문제로 온나라가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한게 현실이다. 빈부와 상관없이 전기는 모든 국민에게 필수재인 까닭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대기오염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세 먼지의 고통에서 살아갈 것인가. 우리 자식들의 삶은 어떡할 것인가. 미국 예일대·컬럼비아대의 연구 결과, 올해 한국의 공기질은 180개국 가운데 173위. '시계 제로'의 고통이다. 비약이 심할 수도 있지만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과 똑같은 범죄행위다.

석탄 화력발전에 기초한 값싼 전기 체계는 이제 손봐야할 때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대체에너지 중심의 발전설비 구축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도 쾌적한 공기와 삶의 질을 위해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을 사 먹기 시작한 지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제는 공기를 사 먹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이보다 앞서 손봐야할게 있다.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와 가정용에 비해 턱없이 싼 산업용 전기료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40년 넘게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낮은 가격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혜를 제공한 셈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바로 잡은 후 전체 전기요금 체계를 손본다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가 좀더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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