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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거' 쉰들러, 현대엘리 주식 매각할까 현대그룹 상선 포기, 승강기 지키기..쉰들러 17%대 지분 향방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6-08-25 08:4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4일 1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홀딩아게(쉰들러)가 승강기 사업부를 차지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꺼내 들었던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향후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강기 사업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쉰들러는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이는 현대그룹 지배구조에 지속적인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제 현대그룹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사업체로 자리잡았고, 또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란 점은 변함이 없다.

24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2년 전 제기해 그동안 진행해왔던 75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 소송 선고공판을 열고 원고 측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는 대주주 경영권 확보를 위해 경영진이 무리하게 맺은 현대상선 기초자산 파생상품으로 회사가 거액의 손실을 냈고, 이로 인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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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는 법원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쉰들러 측은 "현대그룹 경영진이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회사에 7000억 원 넘는 손해를 미쳤음에도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선의의 투자자로서 모든 주주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으며, 법령과 정관을 위반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즉시 항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쉰들러 측의 이번 소송 제기는 현대그룹으로부터 승강기 사업부를 가져오기 위해 대주주를 압박하려는 목적이 컸다는 관측이 많다.

쉰들러는 이번 재판 결과를 토대로 현대그룹 대주주를 위협할 수 있는 후속 조치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재판부에서 일부 승소라도 이끌어냈을 경우 경영진을 배임 등 혐의로 형사 고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피고소인에 현대엘리베이터를 배제하고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대표이사 등 임원진 4명만 넣은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졌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면 현대그룹 대주주와 승강기 사업부 인수를 재논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어쨌든 과거 소송 기간을 거쳐오는 동안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쉰들러는 현대상선 경영사정 악화로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겪던 2011년경부터 승강기 사업을 자신들에게 매각하면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어필했다. 현대그룹은 쉰들러의 제안을 받아들여 승강기 사업부를 넘겨주고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현대상선을 정상화시키는 시나리오를 실제 생각한 적도 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현대증권 등 금융사를 매각하는 방식의 각종 자구안을 내놨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현대상선을 결국 포기하고 현대엘리베이터를 지키기로 했다. 지난 19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 등 현대그룹 측은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을 무상 소각하고 연결고리를 사실상 완전히 끊어냈다. 이제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직접 관리하는 회사로 남겨졌다.

결국 쉰들러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이제 현대엘리베이터를 넘겨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그룹에서 현대엘리베이터를 배제하면 수익을 내는 사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현대아산 등 핵심 계열이 있지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대북 사업은 꽉 막혔다. 이외에 보유 계열은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앤엘알, 현대종합연수원 등 자산 규모도 작고 별다른 수익도 내지 못하는 곳들이다.

쉰들러는 따라서 소송 승패 여부에 관계 없이 향후 지분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사업적으로 얽혀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애초 국내 시장에서 협업을 통해 승강기 정비 등 분야를 공유할 생각이었지만, 2003년 인수한 중앙엘리베이터(현 쉰들러엘리베이터)를 통해 한국 내 사업을 별도로 벌이고 있는 쉰들러 입장에서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나갈 이유가 별로 없다. 승강기 사업 자체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최종 판단했을 경우에는 '엑시트(EXIT)'를 선택할 여지가 크다.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이 17.1%에 달한다는 점에서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해당 주식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6월 말 현재 현정은 회장(8.7%)과 어머니 김문희 여사(6.1%), 그리고 대주주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회사인 현대글로벌(8.5%) 등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쳐도 현대엘리베이터 지배 지분율은 26.1%에 그친다. 쉰들러의 지분이 행여나 범현대가로 넘어가면 현대그룹에서 과거 벌어졌던 '숙부'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현대그룹 측은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진 만큼 쉰들러도 이에 승복하고, 현대엘리베이터가 글로벌 엘리베이터 업계 강자로 도약하도록 주요 주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주길 바란다"며 "그동안 쉰들러는 많은 소송을 제기해 왔지만, 이번 판결로 더는 무의미한 소송전이 종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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