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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현대엘리 유증 뒤늦게 왜 반대하나 신주발행금지訴 제기 가능성…주주대표訴 활용 목적 관측

김장환 기자공개 2015-06-10 08:49: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 쉰들러홀딩아게(쉰들러)가 유상증자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파생상품 계약을 둘러싼 가처분 및 본안소송 등은 합의로 취하한 상황에서 이제는 유증 문제를 두고 양측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또 다른 소송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닌지 주목된다.

쉰들러는 9일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증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4월 29일 이사회를 거쳐 운용자금 마련 목적에 결정한 2775억 원대 유증으로 내달 21일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쉰들러는 유증 반대 이유로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현금잔고 및 양호한 영업현금흐름 등을 볼 때 향후 투자 자금을 스스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유상증자 목적으로 밝힌 '운용자금 마련'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경험을 볼 때 이번 유증은 현대엘리베이터 핵심사업과 무관한 계열사, 즉 현대상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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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쉰들러는 과거 지속된 유증으로 회사에 유입된 자금이 현재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쉰들러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년여간 총 6509억 원에 달하는 유증을 실시했지만 자본총계는 오히려 줄었다. 실제 유증을 실시하기 직전인 2010년 말 6242억 원이었던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3716억 원으로 2500억여 원 감소했다. 지속된 순손실 탓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순자산 감소와 잇단 유증은 대주주의 무리한 경영권 유지로 비롯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서로 싸워왔던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악순환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주식을 연계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회사에 유입된 손실액이 커지면서 유증의 빌미가 됐고, 이로 인해 소수투자자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악영향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를 뒤로하고 업계에서는 쉰들러의 뒤늦은 이의제기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증을 결정한 것은 지난 4월 29일. 한달여가 훌쩍 넘은 시점에서야 반대한다는 의견을 갑작스럽게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무언가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로 또 한 차례 소송을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과거 비슷한 이유로 벌어진 소송이 주목을 끈다. 지난 2013년 초 1100억 원대 유증을 앞두고 쉰들러는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뒤이어 신주발행유지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유증 결정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쉰들러의 패소로 끝을 맺었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도 컸다. 유증 일정이 두 달여간 지연됐고 주가마저 하락하면서 발행 규모가 150억 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증을 결정한지 한달여가 다 된 시점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나선 것은 지난 소송전과 마찬가지로 대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최근 뒤늦게 정하면서 이뤄진 절차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쉰들러 대리인 측은 "아직까지 가처분 등 소송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주주로서 유증으로 인해 그동안 피해를 입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세부적으로 정리하던 과정에서 입장 표명이 늦어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주주대표 소송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꺼내든 방안이란 해석도 있다. 쉰들러는 각종 가처분 소송을 완만한 합의로 마무리했지만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업과 무관한 파생상품 계약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경영진에 7180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쉰들러는 이번 유증 역시 회사의 경영과는 무관한 대주주의 지배권 유지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어 주주대표 소송에서 펼치고 있는 주장과 일맥상통한 면이 많다. 주주의 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공식적인 이슈로 부각시켜 소송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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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의 주장처럼 곳간이 넉넉한 상태는 아니다. 3월 말 별도기준 보유 현금은 719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00억 원 넘게 줄어든 상태다. 총차입금은 1995억 원으로 순차입금이 1276억 원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13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창출능력(EBITDA)을 보여주고 있지만 순손실이 2207억 원에 달한다. 고정비 등을 고려하면 당장 올해 자체적인 운용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증의 직접적 이유는 결국 부족한 운용자금 메우기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별 탈 없이 유증에 성공하게 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크게 달라진 재무구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증으로 유입된 대금을 차입금 상환 용도로 활용할 경우 부채비율을 기존 101%대에서 70%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규모 파생상품 계약 역시 해지한 만큼 이를 토대로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세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쉰들러가 이전처럼 강수를 두게 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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