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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한류의 중심에서 '소주'를 외치다 베트남서 법인설립·팝업스토어 오픈 '공격투자'..브랜드 구축 총력전

하노이(베트남)=박창현 기자공개 2016-09-04 06:02:00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4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오는 날,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 맑고 화창했던 날씨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내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려 퍼졌다. 동남아 특유의 기후 변화라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밖을 쳐다봤다.

도로가를 가득 메웠던 오토바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길가로 모여들었다. 정차 후 모두들 우비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머리가 둘 달린 2인용 우비도 눈에 띄었다. 2인용 우비 사이에 아이들을 앉히는 부모들도 있었다. 우비가 없는 여성 운전자들은 치마가리개를 꺼내 머리에 썼다. 오토바이와 치마 가리개, 마스크, 우비 모두 베트남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오는 날에는 소주에 파전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날씨가 궂으면 바로 집으로 들어갑니다. 한국과 다르죠."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직원은 아쉬운 듯 읊조렸다.

국내 최대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올해 들어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주류업체로는 첫 도전이었다. 베트남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베트남은 전략적 요충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친 한류 지역에다 연 6%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소비 기반도 탄탄하다. 인구 평균 연령이 28세로 젊다. 여기에 증류주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도 베트남을 최우선 공략 지역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다른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달리 하이트진로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단순히 법인을 설립해 유통망을 넓히는 투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주라는 문화 자체를 전파하고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 롱비엔 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소비자들이 참이슬과 진로24를 살펴보고 있다>

베트남 대형마트의 주류 코너. 가장 넓게 판매대를 차지하는 있는 주종은 맥주도, 백주도, 와인도 아니었다. 바로 보드카가 그 주인공이었다. 베트남과 보드카, 이 의외의 조합은 베트남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인 베트남은 1945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공산주의 국가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소련과 깊은 외교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자연스럽게 소련의 보드카를 받아들이게 됐고 현재도 가장 널리 즐기고 있다.

베트남 보드카 시장은 '하노이 보드카'와 '맨 보드카' 두 회사가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하노이 보드카가 90%가 넘는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짝퉁 논란에 휩싸이면서 2위 업체인 맨 보드카가 빠르게 점유율을 잠식, 현재의 2강 체제가 만들어졌다.

보드카로 대변되는 베트남 증류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하이트진로의 전략은 소주의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다. 보드카와 럼 등 증류주 시장에서 '소주'라는 확고한 브랜드 카테고리를 만들어 시장 수요를 창출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NO.1' 소주 브랜드다. 소주 시장만 만들어진다면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 소주의 세계화에 하이트진로가 목숨을 거는 이유다. 베트남은 이 소주 세계화 전략의 교두보이자 첨병이 되는 셈이다.

소주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소주가 상품이 아닌 문화로 젖어들도록 치밀한 전략을 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팝업스토어 '하이트진로 소주클럽'이다. 한류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소주클럽을 운영하며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한국소주를 알리기 위해 하노이 시내에 오픈한 팝업스토어 '진로 소주클럽'에서 유명가수 초청 공연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DJ의 빠른 음악과 현란한 조명, 퓨전 음식. 여기에 곁들여지는 진로 소주. 국내와 다른 상품 포지셔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실제 현지 판매 진로24 소주는 용량이 750ml나 된다. 모양도 흡사 위스키병을 닮아있다.

진로클럽에서 만난 현지인들도 젊은 회사원과 대학생들이 많았다. 대부분 한류 문화를 통해 소주를 접해본 경험이 있었다. 베트남인 닷 씨(23세, 남)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인데 드라마 속 소주를 즐기기 위해 이 식당을 찾았다"고 말했다. 맛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엔 씨(23세 여)는 "베트남 보드카는 알코올이 29도라 먹기 부담스러운데 한국 소주는 부드럽게 깔끔해서 마시기 편하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100일 간 진로소주클럽을 시범 운영한 후 프렌차이즈 전환 등 구체적인 확장 전략을 구상해 나갈 계획이다.

브랜드 TV 광고도 주요 브랜드 구축 전략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는 한국-베트남 공동 제작 유명 드라마인 '오늘도 청춘 시즌2' 협찬 광고 중이다. '오늘도 청춘 시즌1'은 지난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 베트남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매체 노출을 극대화해 브랜드 구축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법인 설립 후 주류 수입면허를 취득한지 수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지 3대 대형 양판점과 현지 마트 소매점에 하이트진로 상품이 대부분 입점돼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것이 현지 대리점의 역량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하이트진로 상품 진열은 곧 기회비용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손해다. 그 만큼 현지 유통업체들도 하이트진로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녹색병에 담긴 무색의 술. 한국 드라마 속 배우들이 참 많이 즐기던 그 술. 한국 여행을 가면 한번쯤 마셔보고 싶었던 그 술. 그 술의 이름 '소주'를 알리고, 소주 하면 '진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 힘든 일을 하이트진로가 시작하고 있다.

비가 떨어지는 퇴근길. 자연스럽게 친구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베트남 사람들. 하이트진로는 꿈꾼다. 소주가 한류가 되고, 문화가 되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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