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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시스템, RCPS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옵션 늑장공시 '주요 사안 누락' 금감원 지적에 조치…재무·지배구조에 영향

이경주 기자공개 2016-09-28 08:27:40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7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P시스템이 6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공시에 중요 내용을 미기재해 금융감독원 지적을 받고 뒤늦게 정정공시에 나섰다.

AP시스템은 특정인을 지정해 RCPS를 되사올 수 있는 옵션을 발행조건에 포함시켰지만 공시에는 이 내용을 누락했었다. 특정인이 단독으로 RCPS를 모두 인수할 경우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이었다는 평가다.

AP시스템은 지난 26일 오후 늦게 RCPS발행 공시(유상증자결정)를 정정했다. RCPS 발행조건에 AP시스템이 특정인을 지정해 RCPS를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옵션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기존 RCPS 옵션은 AP시스템이 보유한 상환권, 인수자들이 보유한 전환권 두 개였다. 그런데 AP시스템에게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던 셈이다.

AP시스템은 ‘우선매수권자 지정권'을 상환권 1차 행사 가능기간에 활용할 수 있다. 상환권은 두 차례에 걸쳐 행사할 수 있다. 1차 상환기간은 내년 10월 1일부터 2018년 4월1일까지로 신주의 50%까지만 상환 청구할 수 있다. 나머지 50%는 2차 기간인 2019년 10월1일부터 2023년 9월 30일까지 가능하다.

AP시스템은 정정공시를 통해 "상환권 1차 행사 가능 기간 동안 조기상환을 하지 않고,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로 하여금 조기상환 대상이 되는 해당 본건 주식을 양수하도록 하거나 양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매수권자가 인수할 수 있는 RCPS 규모도 발행신주의 50%까지로 상환권과 동일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번 RCPS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되며 신주는 총 300만 주다. 발행가액은 600억 원(주당 2만 원)으로 내달 21일 상장된다. 배정 대상자는 아르게스-SG 유한회사(180만 주), 미래에셋대우(45만 주), KB국민은행(75만 주) 등이다.

AP시스템은 최초 공시에는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옵션을 누락시켰다가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내용을 포함시키게 됐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회사 주주구성과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이라고 판단해 기재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AP시스템측은 "회사나 회사에 우호적인 곳이 RCPS를 인수한다는 점이 상환권과 유사하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P시스템이 어떤 옵션을 택하느냐에 따라 지배구조와 재무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가 자의적으로 누락시킬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평가다.

AP시스템이 1차 상환기간에 가능한도인 신주의 50%(150만 주)를 모두 상환할 경우 300억 원 이상의 자본이 빠져나가 재무상태에 영향을 준다. AP시스템은 기본 발행가액에 연복리 8%의 이자를 더해 인수자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반면 ‘우선매수권자 지정권'을 택하면 특정인이 RCPS를 인수하기 때문에 회사는 자금유출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취약한 지배구조가 더 악화될 수 있다. AP시스템은 오너인 정기로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8.9%에 불과하다.

특정인이 인수한도인 150만 주를 모두 인수하고, 향후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면 정 대표 지분율은 희석된다. 이 경우 전체 보통주식 수는 현재 2560만 주에서 4060만주로 늘어나고 정 대표 지분율은 현재 8.9%에서 8.4%로 0.5%포인트 하락한다. 반면 특정인은 지분 5.5%를 보유한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정 대표나 특수관계인이 직접 RCPS 인수자로 나서 지배력 강화에 나설 수도 있다. 취약한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업계도 정 대표가 이 기회를 활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시장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정 대표나 특수관계인이 RCPS를 인수하면 사실상 정 대표가 상환권과 전환권을 모두 갖게 된다. 본래 상환권은 AP시스템의 이익을 위한 것인데 정 대표 이익을 위해 활용하게 되면 다른 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AP시스템이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옵션을 표기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옵션 행사 가능 기간이 한참 남았고,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AP시스템측은 "정 대표가 RCPS를 인수하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른 우호세력을 찾지 않을까 생각 된다"고 말했다.

AP시스템은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상환권과 우선매수권자 지정권 둘 중 하나는 필수적으로 택일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RCPS 인수자들이 전환권을 모두 행사하도록 방치하면 인수자들의 지분율은 11%에 달해 정 대표를 추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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