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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파워넷, '사람'에 투자한 사모펀드, '기업'을 살리다③상호 신뢰 속 장기비전 공유, 공정평가 위해 '매각→IPO' 선회

박창현 기자공개 2016-11-15 07:37:00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 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6년 10월 31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 정도로 신뢰를 줄지 몰랐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양승환 파워넷 대표는 인터뷰 중간 중간 최대주주인 KB-아이젠 사모펀드(PEF)에 대해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국내 바이아웃(Buy-out) 사모펀드 투자 역사는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재무적투자자(FI)는 투자 차익을 얻고, 회사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은 성공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상호 일방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한 케이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후자의 경우가 더 자주 일어났다.

결국 투입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투자자와 영속적인 기업 운영을 우선시 하는 기업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파워넷 임직원들 역시 KB-아이젠 투자자문의 인수 의지와 PEF 구성 주체들에 대한 신뢰를 갖고 투자 유치를 진행했지만 이 같은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양승환 대표와 파워넷 역시 처음 PEF가 새주인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같은 갈등 상황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어렵게 회생 기회를 얻었는데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두려웠다.

KB-아이젠 PEF와의 첫 미팅. 불신과 우려는 봄날의 눈처럼 녹아내렸다. PEF에게서 점령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금 회수와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은 없었다. 대신 최고의 선물을 줬다. '시간'이라는 선물이다.

파워넷과 KB-아이젠 PEF는 법정관리로 인해 훼손된 기업 가치를 회복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장기 성장 기반을 갈고 닦아야 된다는데 생각을 같이 했다. 제품 다변화와 신규 수요처 발굴 등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 지원이 필요했다.

07_이사회구성

KB-아이젠 PEF는 기꺼이 투자자 역할을 자처했다. 실제 연구 개발 영역을 중심으로 인적, 물적 투자가 이어진다. 해외법인 신규 투자와 본사 연구인력 3배 확충이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의 충성도도 높게 평가했다. 파워넷은 법정관리 여파로 100명이 넘던 인력 중 20명 정도만 남아있던 상태였다. KB-아이젠 PEF는 별도 인력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승계하고 더 나아가 중책을 맡겼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직을 맡고 있는 양승환 대표 역시 초기 멤버 중 한명이다.

양 대표는 "법정관리 위기를 거치면서 남아있는 임직원들은 남다른 애사심과 충성심을 갖게됐다"며 "이 같은 기업 문화에 PEF의 자금력까지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워넷은 장기 투자 결과 지난해 매출 1195억 원과 영업이익 57억 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설립 후 최대 규모다. 올해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파워넷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가전용 전원공급장치에 국한돼 있던 제품군을 현재 프린터와 환경가전, LED 조명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사와 자동차 전장용 모듈에 대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기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도 이미 착수한 상태다.

파워넷과 KB-아이젠 PEF는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설립 7년 째를 맞고 있는 PEF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파워넷 매각을 저울질했지만 지속적인 사업성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원매자를 찾고자 공개매각절차를 중단했다.

만기가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KB-아이젠 PEF는 서두르지 않았다. 파워넷 기업 경쟁력과 성장성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당장 펀드 수익도 문제지만 저가 매각은 파워넷 기업가치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내렸다.

파워넷과 KB-아이젠 PEF는 논의를 거쳐 성장 디딤돌로 현재 '기업공개(IPO)'를 고려하고 있다. PEF는 시장에서 파워넷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파워넷은 상장기업으로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전상필 파워넷 재무담당 전무는 "회사와 최대주주의 공동 이익을 위해 기업공개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워넷_중국장기근속자 초청_2016
양승환 파워넷 대표이사(가운데)와 올해 장기근속 초청을 받은 중국 직원들이 서울 본사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파워넷은 매년 중국 장기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본사 방문과 한국 투어 등 국내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까지 7차례 총 37명의 직원이 한국을 다녀갔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현지에서도 크게 회자되면서 좋은 기업문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수년 간 프로그램이 지속되자 중국 지방정부도 작년 파워넷에 외자기업 노사관계 모범상인 '화합상'을 주기도 했다. 대기업이 아닌 국내 중견기업에 중국 정부가 직접 화합상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양 대표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는 이 같은 노사화합 프로젝트가 갖는 유무형의 효과를 이해해줬다"며 "이런 주주와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와 임직원을 믿어준 최대주주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파워넷과 KB-아이젠 PEF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법정관리의 파고를 함께 해친 두 동반자의 앞 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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