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4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전후로 IMF 수준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얼마 전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는 임직원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창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을 시기에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라 무게감이 남다르다. 일부 임직원들은 내년 경영방향을 암시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에 떠돌고 있는 '2018년 위기설'은 가계대출 급증과 미국 금리인상, 주택경기 위축 등이 겹쳐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을 뜻한다. 신빙성 여부를 떠나 업계 1위 저축은행의 대표가 위기설을 언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올해 SBI저축은행의 사업성과를 보면 짚이는 부분이 있긴 하다.
SBI저축은행이 선보인 중금리 신용대출 '사이다'는 올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출시한 지 1년 만에 누적대출액이 1800억 원을 돌파했으며 현재는 2000억 원대를 넘보고 있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흔히 평균금리 18% 미만, 개인신용등급 4~10등급 차주가 70% 이상인 상품을 일컫는다.
사이다의 히트는 SBI저축은행의 체질도 바꿔놓았다. SBI저축은행은 가계금융보다 기업금융을 주로 취급하던 저축은행이다. 사이다 출시 전인 2015년 9월 말 전체 대출금에서 가계대출 비중은 39.1%, 신용대출 비중은 52.5%였다. 그러던 것이 올해 9월 말에는 각각 44.7%, 61.8%로 확대됐다. 여전히 주력은 기업대출이지만 가계·신용대출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문제는 중금리 신용대출의 리스크다. 차주의 70% 이상이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인 만큼 위험도가 큰 상품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하나저축은행이 '더마니론'이란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았다가 급증하는 개인회생 때문에 2년 만에 접었다. 1금융권에서는 2005년 SC제일은행이 '셀렉트론'을 출시했다가 부실율을 감당 못해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중금리 대출을 잔뜩 떠안고 있는 SBI저축은행으로선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급락하면 대출이용자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돼 부실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임 사장이 사전적 리스크관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회사든 CEO의 전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앞으로의 사업방향을 가늠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CEO의 선택과 결정도 중요해진다. 업계를 주도하는 리딩컴퍼니의 최고경영자라면 더욱 그렇다.
자산규모 1조 원만 넘어도 대형사로 분류되는 저축은행업권에서 총자산 5조 원의 SBI저축은행은 리딩뱅크로 통하는 초대형 저축은행이다. 임진구 대표의 발언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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