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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삼성전자 LCD패널 공급중단 '꽃놀이패' 공급부족으로 대안마련 쉽지 않아…가격 상향 시 입장 선회 가능

이경주 기자공개 2016-12-16 08:20:17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5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LCD패널 제조업체인 샤프가 급작스럽게 삼성전자에 TV패널 공급중단을 통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샤프를 인수한 홍하이그룹이 TV세트사업과 전자칠판 사업 등에 관심을 두면서 이에 대비해 샤프의 외부 공급을 중단시켰다는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샤프가 삼성전자와의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공급중단이란 강수를 두고 꽃놀이패로 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패널 공급부족 현상 지속으로 대안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샤프는 삼성전자로부터 패널 가격을 올려 받거나, 삼성전자가 거부하면 원래 계획대로 홍하이그룹에 기대면 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지난 주 삼성전자에 TV용 LCD패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샤프의 연간 TV패널 생산량은 약 1375만대로 이중 400~500만대를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전체 패널 수요의 8~10% 수준을 샤프에 의존했다. 나머지 90~90%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다수 공급하고, 일부를 대만 이노룩스가 담당했던 구조다.

홍하이그룹이 올해 초 샤프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TV세트와 카지노 디스플레이, 전자보드 등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형 LCD패널 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홍하이그룹 내부 수요까지 늘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공급중단을 결정하게 됐다는 평가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홍하이그룹이 주문자상표부착(EMS) 방식으로 TV세트사업을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올해 중순 스마트보드 업체 스마트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카지노와 전자칠판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 사업에서도 60인치 이상의 대형 LCD패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 준비 때문에 공급중단을 통보했다기엔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홍하이그룹은 TV세트 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샤프 역시 멕시코 TV세트 공장과 브랜드(아쿠오스 쿼트론도)를 지난해 중국업체 하이센스에 매각하면서 세트사업 기반을 잃은 상태다. 이 때문에 샤프가 LCD매출 절반 가량을 책임지던 삼성전자를 당장 포기할 이유가 크지 않다.

게다가 홍하이그룹은 중국에 대규모 LCD패널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급을 유지해도 중장기적으로 내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하이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이 샤프와 함께 8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 대형 LCD패널 공장을 중국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양산시점은 2019년으로 그리 멀지 않다.

이 때문에 홍하이그룹이 다른 의도를 품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 중 하나가 '가격협상 주도권 선점'이다.

샤프는 디스플레이 업황악화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홍하이그룹에 팔린 기업이다. 샤프는 올해 2분기까지도 연결기준 274억 엔(약 278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인수대금으로만 4조 원이 넘는 현금을 지출한 홍하이그룹 입장에서는 샤프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샤프를 단기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고객사와의 가격협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대형 LCD패널 시장이 숏티지(공급부족) 상황이기 때문에 샤프가 공급중단을 통보할 경우 대안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 공급부족 현상은 최근 치솟고 있는 대형 LCD패널 가격이 말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43인치 LCD 패널 가격은 올해 9월 187달러에서 11월 205달러로 9.6% 늘었고, 49인치는 같은 기간 188달러에서 212달러로 12.7%, 55인치는 280달러에서 295달러로 5.3% 증가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경쟁관계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았던 LG디스플레이에게까지 공급가능 여부를 최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이유로 기존 거래선을 우선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역시 고객사들이 120만대를 요구하면 100만대 밖에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를 지원하려면 기존 고객사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데,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거래가 없었던 삼성전자를 위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대안 마련에 실패 할 경우 더 좋은 조건을 들고 샤프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샤프는 보도자료나 IR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급중단을 선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입장을 선회해도 큰 문제는 안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언론 보도 등을 방치하면서 나중에 입장을 선회할 경우 도덕적 비판은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샤프와 삼성전자 실무진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가 증권사 리포트와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며 "샤프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샤프는 향후 있을지 모를 삼성전자와의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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