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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시장 ‘신기사-창투사 반반 시대’ 열리나 [Market Outlook]2016년 신기사 등록 15곳 '전성시대'…투자심사역 인력난 가속화 전망

양정우 기자공개 2017-01-03 08:04:10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21호) 2017 Korea Capital Markets Outlook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9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에 등록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수가 전 년에 비해 2배 늘었다. 설립 자본금 문턱도 10월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당국은 현재 등록 대기 중인 투자사가 2016년 등록 숫자를 넘어선다고 설명한다. 바야흐로 창업투자회사와의 무한 경쟁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2016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이슈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의 대거 등장이다. 2016년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로 새롭게 등록한 투자사는 총 8곳. 반면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회사는 15곳에 달하고 있다. 바야흐로 창투사와 신기사의 수가 대등해지는 '반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창투사의 수적 우위는 견고한 편이다. 중소기업청에 공식 등록된 국내 창투사의 수는 매년 120개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벤처펀드를 조성하거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회사는 이 가운데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시장은 파악하고 있다.

반면 신기사는 창투사와 상황이 다르다. 2016년 10월 설립 자본금 기준이 수정되기 전까지 신기사를 설립하려면 총 200억 원을 모집해야만 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만큼 누구도 '개점 휴업'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공격적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동시에 공략 섹터도 벤처투자와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등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2016년 신기사가 대폭 늘어난 배경에는 중기특화 증권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롭게 신기사 자격을 획득한 투자사 15곳 가운데 5곳이 올해 금융당국에서 선정한 중기특화 증권사다.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이들 역시 남다른 각오로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이런 시장의 역학 구도를 고려하면 사실상 '창투사-신기사' 반반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으로 진단해도 무리가 없다. 실제 투자 일선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창투사와 신기사만 추려본다면 그 수의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사 설립자본금 하향…2017년 신기사 등록 러시 '계속'

금융위원회는 2016년 3월 신기사의 설립 자본금을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하향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2016년 10월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동안 신기사 등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설립 자본금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현재 창투사의 설립 자본금 기준은 50억 원. 창투사 등록을 준비하던 투자사는 50억 원만 추가로 확보하면 신기사 등록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조치는 기존 창투사를 신기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벤처투자 시장의 신규 진입자를 신기사로 등록시키기 위한 방침으로 읽힌다. 창투사는 현재 중기청에서 관할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위가 벤처투자 시장으로 소관 영역을 넓히려면 감독 권한을 쥘 수 있는 신기사의 영향력이 확대돼야 한다.

설립 자본금의 하향 조치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2016년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회사가 15곳에 이르고 있다. 중기특화 증권사 5곳을 포함해 메타베스트와 웰릭스파인낸셜, 더블유투자금융,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제미니투자, 액시스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옐로우독,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이 신규 진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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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5년 신기사로 새롭게 등록한 회사는 모두 7곳.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와 현대기업금융(현재 등록 철회), KT인베스트먼트, 시너지아이비투자, 엔베스터, 제이엠캐피탈,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등이었다. 2015년과 비교해 2016년 신규 등록회사의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신기사 '결성 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에 신기사 등록을 신청한 후 대기하고 있는 투자사가 2016년 기준 등록 규모를 넘어선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수십여 곳의 투자사가 신기사 등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당초 예상했던 규모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투사-신기사' 투자 영역 구분되나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 창투사와 신기사의 규모가 비등해진다면 전략적 투자 영역이 점차 구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창투사는 스타트업(start-up) 등 초기 창업 단계에 있는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신기사는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접어든 벤처 및 중소 기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구조가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도 창투사는 주로 창업 초기에 가까운 벤처 기업의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가 큰 만큼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인수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신기사는 그로쓰캐피탈과 프리IPO 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보다 앞선 단계의 벤처 기업에 투자할 때도 보통 투자 단위가 창투사보다 큰 편이다.

창투사와 신기사가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서로 사용하는 투자기구가 다른 점도 하나의 이유다. 신기사의 신기술투자조합은 창투사의 창업투자조합보다 투자 범위가 상당히 넓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상장과 비상장을 가리지 않고 중소기업 대부분에 투자할 수 있다.

신기술투자조합의 투자 대상은 종업원이 1000명 이하, 총 자산이 100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이다. 다른 세부 조건은 △ 제품개발 및 공정개발을 위한 연구사업 △ 연구개발의 성과를 기업화·제품화하는 사업 △기술도입 및 도입기술의 소화개량사업 등이다. 규정이 포괄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다수를 타깃으로 포섭하고 있다.

반면 창업투자조합은 투자 대상이 법령상 창업·벤처기업이나 기술혁신형 이노비즈 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별도로 의무투자비율을 적시하고 있어 조합 결성금액의 40%를 무조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의무투자비율을 달성한 이후에만 상장사 등에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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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사역 영입 경쟁 가속화…인력난 '점입가경'

신기사의 급증으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바로 인력난이다. 가뜩이나 120여 곳의 창투사 간에 벤처캐피탈리스트(투자심사역) 영입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규모 자본력을 갖춘 신기사까지 실무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전문가 집단인 중기특화 증권사 내부에서도 벤처캐피탈 투자 인력을 찾기는 마땅치 않다. 클럽딜(Club Deal)이 주를 이루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투자처를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려면 상당한 업력을 쌓아야만 한다. 이미 주요 벤처캐피탈과 심사역 사이에 끈끈한 네트워크가 구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 쌓여있는 셈이다. 때문에 신생 벤처캐피탈은 인력 영입 경쟁으로 회사 간에 얼굴을 붉히는 상황도 불사하고 있다.

2016년에는 특히 바이오 전문 투자심사역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벤처투자에 대한 감각을 갖췄으면서 바이오 기술을 꿰뚫고 있는 심사역이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바이오 전성시대'다. 향후 '업사이드 포텐셜(upside potential)'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 투자를 최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신규 진입한 신기사 역시 바이오 심사역 모시기에 힘을 쏟으며 치열한 영입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벤처투자 시장의 인력난은 단지 투자심사역의 '몸 값'이 치솟는 상황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경쟁사로 이직을 추진하는 인력이 대표펀드매니저(핵심운용인력)로 등록돼있다면 소속 벤처캐피탈 자체에 패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회사마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영입 경쟁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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