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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시계제로, 통화 다변화로 불 밝힌다" [2017 KP Issuer 조달 전략]①윤희성 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장, "한국물 벤치마크 역할 충실"

이길용 기자공개 2017-02-03 14:11:5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2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화 조달의 국가적 책무를 맡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트럼프 시대가 도래하면서 펼쳐진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지난해 말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보기 드문 전략을 연출했다. 사실상 한해 실탄 마련을 마무리하고 새해 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 진행한 이례적인 대규모 발행이었다.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달 통화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었다. 그린본드 등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킨 딜들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윤희성 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장
윤희성 수출입은행 자본시장단장(사진)은 'Navigating Uncertainties(불확실성을 헤쳐 나감)'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당시 미국에서 투자설명회(IR)의 제목으로 썼던 문구다. 기재부 실무진들을 돕기 위해 지난 1월 뉴욕에 갔던 윤 단장은 두 단어에 담겨진 의미를 깊이 있게 고민했다.

윤 단장은 "트럼프 시대가 도래하면서 불확실성의 파도가 험할 것은 자명하다"며 "배가 침몰하지 않고 한국물 시장이 끝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이 그 역할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한국물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국가 신용등급은 꾸준히 개선됐고 미국의 초저금리는 유지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변곡점을 맞이했다. 윤 단장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AA 등급까지 오른 국가 신용도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만큼 낮은 가산금리를 이끌어내고 한 자릿 수의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를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로 전환하면서 2017년 한 해 한국물 시장의 제반 조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수출입은행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올해 조달 전략을 세우기도 전에 조치를 취했다.

수출입은행은 매년 약 120억 달러 규모의 외화를 조달한다. 지난해 10월 25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면서 수출입은행은 연간 조달 규모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수가 발생하자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1~12월 사모와 론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미리 조달했다. 지난해 조달 규모가 예상보다 늘면서 올해 올해 조달 규모를 110억 달러로 줄였다. 불확실성 시대에 맞는 유연한 전략이 돋보인다.

윤 단장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여전히 차입 비용은 달러화가 가장 저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설립 목적 자체가 외화 조달에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조달 통화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이 달러 대체 통화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캥거루본드와 카우리본드다.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는 미국 달러화와 조달 비용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호주 달러가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서 스왑 베이시스가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캥거루본드와 카우리본드는 국제 신용등급을 활용할 수 있고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다보니 발행이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

윤 단장은 "캥거루본드와 카우리본드는 자주 발행을 해야 유동성이 좋아지고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지난해까지는 절반은 역내, 나머지는 역외에서 수요가 들어왔는데 올해는 역내 투자 수요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처음으로 발행했던 메이플본드(캐나다 달러)도 재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규모가 작지만 캐나다 달러를 원하는 대출 수요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윤 단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 건에 그쳤던 유로화채권에도 수출입은행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대출을 요청하는 기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올해 추가적인 유로화채권 발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9월을 마지막으로 조달을 끊었던 사무라이본드 시장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여전히 달러 대비 조달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일본에서 한국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이전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3년물 이상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5년 이상의 만기도 소화가 가능하다. 사무라이본드에는 달러화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힘든 7년 만기도 존재하는데 윤 단장은 7년물 사무라이본드를 공략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미국 달러화 유동성이 풍부한 대만도 수출입은행이 관심을 갖는 곳이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외환보유고가 더 많고 기업이나 개인들이 달러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포모사본드를 미국 달러화로 발행하는 방식은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방법인데 올해도 여전히 조달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돼 이 시장을 꾸준히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윤 단장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통화를 조달하는 전략을 놓고 주관사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라는 말처럼 정답이 없듯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장 약력

△1961년 부산 출생
△1980년 휘문고등학교 졸업
△1984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8년 한국수출입은행 입행
△2005년 런던 현지 법인 파견
△2012년 홍보실장
△2013년 자금부장
△2015년~현재 한국수출입은행 자금시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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