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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 논란 세가지 쟁점 ①이사회 추천권 ②과도한 부채 ③주무관청 입장

송민선 기자공개 2017-02-10 09:11:01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8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이하 '보바스병원') 인수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므로, 사고 팔 수 없다는 게 호텔롯데의 인수를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병원 수익화를 목적으로 고급 의료서비스 제공, 즉 비급여 진료 강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호텔롯데 측은 병원이 아니라 병원을 설립한 재단에 무상 출연하기로 한 것이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새롭게 재단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재단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취할 뿐 삼성서울병원·현대아산병원 등 기존 병원들과의 운영 방식과 같다는 설명이다. 즉, 운영계획이 '사회 공헌 차원'에 가깝단 얘기다.

그렇다면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는 정말 의료산업 영리화의 신호탄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호텔롯데가 설명한대로 사회 공헌적 차원의 인수·합병(M&A)으로 봐야하는 걸까. 이를 결정짓는 구체적인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이사 추천권 획득에 관한 사항이고, 둘째는 보바스병원의 부채비율에 대한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주무관청과 관할행정청의 입장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사회 추천권 획득..우회적 병원 인수인가

우선 가장 논란이 되는 요소는 호텔롯데가 이사회 추천권을 통해 사실상 병원을 직접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행법상 불법인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의 우회로를 열어줬다는 게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설명이다. 법인을 청산하고 나머지 재산은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보바스병원 매각은 지분(에쿼티) 거래가 아닌 늘푸른의료재단의 '이사회 구성권'을 파는 형태다. 따라서 자산은 여전히 늘푸른의료재단 소유다. 다만 재단의 이사가 재단의 운영권한을 갖는다.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 인수를 마무리하게 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전임 이사를 해임하거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의료법 자체를 위반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법무법인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재단 또는 비영리재단을 설립할 때 출연인에게 재단 이사회의 구성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을 비롯한 모든 국내 재단법인 역시 출연인이 이사회 구성권을 보장받고 있다. 일례로 현대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고, 현재 현대아산병원의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 과도한 응찰가..부채비율 올리나

다른 우려는 오히려 호텔롯데의 높은 인수 가격이 보바스병원의 부채비율을 과도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호텔롯데는 보바스병원 인수를 위해 본입찰에서 2900억 원의 응찰가를 제시하며, 당시 경쟁자였던 한국야쿠르트·통신업체 솔본·인천사랑병원 등을 제쳤다. 인수자금 2900억 원 가운데 약 600억 원은 재단에 무상으로 출연하고, 나머지 2300억 원은 대여금 형식으로 투입된다. 대여금의 조건은 5년 만기에 약 1.95% 금리수준이다.

인수자금은 1차적으로 확정채무 600억 원과 조사확정재판을 통해 변제 여부가 확인될 미확정채무 200억 원가량의 변제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회생채무를 변제하고 남은 자금 2100억 원은 현금성자산 형태로 늘푸른재단이 보유하게 된다.

지난해 6월 2차 조사위원인 삼일PwC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보바스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의 자산은 재산상태조사액 기준으로 자산이 1025억 원, 부채가 826억 원이다. 자기자본은 199억 원에 불과하며, 부채비율은 약 415%다. 호텔롯데의 인수자금이 투입되면 늘푸른의료재단의 부채는 2326억 원, 자기자본은 799억 원으로 변동된다. 자산은 3125억 원이 된다. 부채비율은 291% 수준으로 소폭 낮아진다.

호텔롯데 측은 대여금을 많이 투입한 건 풍부한 자금을 통해 보바스병원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문제가 될 경우 이를 즉시 상환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회생채무를 변제하고 남은 2100억 원의 현금성자산 중 1500억 원을 대여금을 상환하는데 즉시 사용한다면, 부채는 826억 원으로 낮아진다. 자산은 1625억 원으로 조정되고, 부채비율은 103.3%로 낮아진다. 대여금의 금리 또한 낮다는 주장이다.

◇ 주무관청·관할행정청 입장 변수로 남아

이처럼 전문가들의 의견은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는데 가깝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비영리법인 M&A 사례가 처음인 데다 이번 사례가 사실상 M&A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추가로 법리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것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활병원을 의료법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고려할 사항이다.

물론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을 인수하는 내용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느냐와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와 관할행정청인 성남시보건소의 입장은 별개의 사항이다. 해당 건은 인허가 대상이 아닌 사후 신고보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 권한을 보유한 성남시보건소가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복지부가 '의료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내린다면 롯데호텔과 늘푸른의료재단 사이 인수 협상이 어려워진다.

이 경우 보바스병원은 또다시 법원으로 가 새로운 회생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안에 관해 관계 행정청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은 회생계획안의 수정을 관리인에게 명령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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