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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대출 가이드라인, 금융 당국의 '엇박자' 정책 메시지 명확치 않아..유관부처 사전 협의 절실

신수아 기자공개 2017-02-13 13:50:24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3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행이 임박한 'P2P(Peer to Peer)대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두고 관련 업계의 우려가 이어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논란의 중심에 선 투자 한도 이슈와 자기 자본 투자 금지 조항을 차치하고서라도 기관 투자자의 투자도 사실상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자칫 기존 투자자에게로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투자한도 제한·자기 자본 투자 금지는 '역차별'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개인투자자의 P2P 투자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정하고 법인·전문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없애, P2P 시장을 법인·전문 투자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투자 분석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 금융업과 비교해 유독 P2P 금융에만 투자금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규 산업 성장을 발목잡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도 하다.

개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P2P 회사들에게 투자 한도 제한은 실제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P2P 상품에 누적투자된 금액은 약 5300억 원. 이 가운데 1000만 원 이상 고객의 투자 금액 비중은 77%에 이른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실행된 대출금액은 총 730억 원. 이 가운데 약 80%에 이르는 금액이 1000만 원 이상 투자한 고객의 몫이었다. 만약 가이드라인의 실행으로 향후 개인투자자의 투자액이 제한된다면 대출 상품의 상당 부분이 미달될 여지가 있다.

우려는 성장 속도의 둔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대출 연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존 차입자들 가운데 그간 대출 연장을 신청했던 비율은 30%. 의존도가 높은 개인 투자자의 투자 제한이 설정되면, 연장된 기 대출 상품의 자금 매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PF 상품을 운용하는 P2P 회사는 예를 들어 10억 원의 금액에 대한 약정을 맺고 공정에 따라 3억 원씩 대출을 실행한다. 이미 실행중인 PF의 자금 모집이 차후 어려워지면, 이는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투자자들의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자기 자본 투자 금지 조항은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또한 설령 대출 연장 상품의 투자자 모집이 부족하다고 해도, P2P 회사가 부족금을 대출할 수 없게 된다. 즉 '선대출'이 막힌다는 의미다. 대출 과정에서 P2P 업체가 우선 대출금을 집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게 불가능해진다. 자칫 대출 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고 이는 P2P 회사의 경쟁력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는 P2P의 자기자본을 통한 선대출을 허용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기관투자자 투자 허용?... 정부 유관 기관의 합의가 우선

정부는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진입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P2P 업계는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의 진입으로 위험 선호 일색인 투자자 구성이 보다 다양성을 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의 엇박자로 정작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앞서 저축은행중앙회와 P2P대출 협회는 공동으로 저축은행의 P2P 상품 투자에 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검토결과 저축은행의 P2P 대출 상품 투자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저축은행의 P2P 대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투자 기관별 관리감독 부서가 다르다"며 "가이드라인을 낼 때 당시 각 유관 부처 사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해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관투자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P2P 업체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것 역시 막혀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이는 사모펀드 가이드라인의 금지사항인 '개인대출'에 해당된다며 투자를 불허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의 간접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는 개인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금을 제한한 금융 당국이 정작 전문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를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투자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검증한 상품을 통해 투자한다면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P2P 상품에 대한 직접 투자는 허용하고, 비교적 리스크를 최소화한 간접투자 방식은 불허한다는 것은 가이드라인의 기존 취지에 배척된다는 주장이다.

P2P 업계 관계자는 "일단 가이드라인을 실행하고 이후 발생될 문제를 지켜보자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관렵업계와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까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정취하고, 이후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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