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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위기, 증권업과 닮았다

민경문 기자공개 2017-03-16 15:45:03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4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으로 거슬러 가보자. 당시 금융위는 증권사 8곳의 신규 진입을 허용했다. IBK증권, KTB증권, 스탠다드차타드증권, LIG증권, 토러스증권, 애플증권중개, 바로증권중개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총 증권사 수는 60여개로 늘어났다. 한국보다 인구가 6배 많은 미국의 증권사 수가 고작 100개 정도였다.

언제나 그렇듯 쏠림은 위기를 낳는다. 증권사 숫자를 늘린 지 얼마 안돼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돈 한 번 제대로 벌어보지 못한 신생 증권사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했다.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깨진 지 오래다. 수요와 공급의 단순한 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기존 증권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파이(pie)는 정해져 있으니 수수료 갈라먹기가 일상화됐다. 당국은 '초대형 IB 만들기'라는 명목 하에 증권사 M&A를 부추겼다. 9년 전 대책 없이 증권사 수를 늘렸지만 뒤늦게 증권사 수 줄이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금리 인상 추세는 증권사들의 본격적인 생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면세점 사태는 기시감(旣視感)을 느낄 만하다. 2014년 말 5곳이었던 면세점 수는 올해 말 두배로 늘어난다. 관세청은 면세점 추가 승인을 강행해 왔다. 공급 과잉 우려는 장밋빛 전망에 묻혀 버렸다.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생각한 대기업도 공범이었다. 일부는 신규 면세점 인가를 둘러싸고 특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쏠림'의 결과는 증권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세점 수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수익성은 급감했다. 무리한 마케팅 비용은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업체 별 영업이익률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보다도 저하됐다. '황금알 낳는 거위'가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셈이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는 없친 데 덮친 격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국내 증권사들의 생존 경쟁을 가속화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관관객이 국내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 판에 중국인마저 지갑을 닫는다면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일부 대형 면세점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이라서 그나마 괜찮은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에는 손실이 막대하다. 금융위의 증권사 라이선스 남발과 마찬가지로 관세청의 수요예측 실패가 불러온 참극이다. 이들 대기업의 면세사업 철수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으라는 한 크레딧 전문가의 말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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