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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도 넘은 대우조선 부실 떠넘기기

임정수 기자공개 2017-04-11 08:39:49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인 행태들이 자본시장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책임은 대부분 산업은행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대주주로서의 자회사 부실관리에, 심지어 분식회계라는 중대한 범죄 행위를 방임하며 회사와 국고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채권 투자자들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믿고 회사채에 투자한 게 죄라면 죄다. 잘잘못으로 따지면 산업은행이 채권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도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에 대해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한 전체 여신을 채무재조정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채권 은행들보다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률이 훨씬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회사채 투자자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분담하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채무재조정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취하는 태도 역시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산업은행은 회사채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을 외통수로 몰아가는 전략을 취했다.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준하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Plan)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최종 선택의 키(Key)를 국민연금에 맡김으로써 선택으로 인한 파장의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자료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몇 쪽짜리 요약본만 준 뒤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진다며 협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손익 계산에 필요한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채무재조정 수용 여부를 선뜻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국민연금은 지난 5일 장시간의 투자위원회 회의에도 불구하고 채무재조정안 동의 여부를 결론내리지 못했다. (자료 부족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우호적이었던 자본시장 투자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게 됐다. 산업은행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산업은행 주도적 구조조정의 실효성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다수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자본시장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자본시장 투자자들에 취한 거친 전략과 강압적 태도가 부메랑이 되어 산업은행을 다시 옥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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